기다리던 생리

by chacha

평생 살아오면서 생리란 나에게 그렇게 기쁘지 않은 소식이었다. 생리 시작 일주일 전부터 아랫배가 싸하게 아프고 가슴이 살짝 붓기 시작한다. 옷깃에 가슴이 스치기만 해도 찌릿하고 아플 때면 ‘곧 생리가 터지겠군..’하며 생리대와 이지엔 6을 넉넉하게 챙겨 다녔다.


만약 생리통이 1~10으로 구분된다면 나는 생리 첫날에 8~9의 통증을 느끼곤 했다. 생리가 시작했을 때 바로 약을 먹지 못했다면 그날로부터 지옥이었다. 갑자기 식은땀이 나면서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데 배까지 쥐어짜지고 있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통증을 겪어왔다.


대학교 졸업식날 생리통에 운동장에서 쓰러져본 적도 있었고 또 언젠가는 진통제 한 통(8알)을 다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 통증에 응급실로 향했던 날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산부인과에서는 이상이 없으니 피임약을 꾸준히 먹으며 생리통을 줄여가 보자고 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피임약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몇 년 간 먹던 피임약을 끊으니 생리통은 날 비웃듯이 다시 찾아왔다.


그런 내가 생리를 기다리는 날이 오다니.

임신을 준비하며 생리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임신이 아니라면 오히려 빨리 생리가 시작해서 다음 차수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난임러들은 느껴봤을 것이다. 자임을 시도하던 인공수정을 하던 시험관 이식을 하던 결국 다음 생리가 시작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담당 의사 선생님과 새해 인사를 나누던 순간이 마치 오래된 일인 듯 아득해졌다. 휴식 기간에 병원을 바꾸는 게 나을까? 아니면 대기가 덜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 어떨까? 하며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나는 또다시 생리가 터지자마자 원래 다니던 곳에 예약을 잡았다.


남편은 그런 나를 안아주며 “우리가 너무 기대를 해서 안 됐나?”라며 아쉬워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럼 그 병원에 다니는 사람들은 다 기대 안 하게?“라며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기대, 실망, 기대, 실망.. 몇 번의 쳇바퀴를 돌아야 끝나는 걸까.’ 나는 그 끝이 없을까 봐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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