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배란

by chacha

오랜만에 난임 병원에 갔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2층이 아닌 5층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소식에 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나 생각해 봤다. 두 달하고도 보름이었다.


담당 선생님이 수술이 밀려 대기시간만 한 시간 넘게 걸릴 것 같다던 간호사는 나보고 혹시 괜찮으면 다른 선생님께 진료를 보겠냐고 물었다. 파트타임 출근 시간이 임박한 나는 그러겠다고 말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른 선생님 진료실로 향했다.


선생님은 내 차트를 열어보며 "시험관 수정률이 너무 낮네... 그리고 전에는 자연주기로만 인공수정을 했네요?"라고 물었다.


'그럼 인공주기로 해보자는 뜻인가? 시험관은 안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네"하고 대답했다.


초음파실로 자리를 옮기며 나는 "다시 시험관을 하는 게 좋을까요? 지난번에 인공수정으로 착상을 했어서..."라고 말했다. 담당 선생님이 아닌 새로운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했다.


"결국 확률 싸움이에요. 이번에는 약을 먹어보며 인공수정을 해보죠."라고 했다.


약국에 들러 5일간 먹을 페마라정*(배란유도제)을 받아왔다. 처음 인공수정을 할 때 '나는 쌍둥이는 절대 안 돼!'라며 자연주기를 고집했던 나였다. 이번에 인공주기를 하면서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쌍둥이는커녕 셋도 가능할 것 같은 이 간절한 마음이 참으로 무모하면서 용감했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 온 남편에게 "인공주기로 하기고 했어. 난포 16개도 채취해 봤는데 2~3개 키우기 쯤이야!"라며 웃으며 말했다. 난임 병원에만 오면 안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다던 그를 안심시키기 위함도 있었다.


또 5일이 지나 경과를 보러 병원에 갔다. 다행히 약은 간헐적으로 내 배를 콕콕 쑤셔댔지만 신경 쓸 만큼 아프진 않았다. 하지만 약 때문인지 이미 난포가 커질 때로 커져있었다. 자궁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의사 선생님은 초음파를 보더니 아니나 다를까 시술 일정을 4일 뒤로 잡았다. 예상치도 못했던 나는 남편이 그날 시간이 안될까 봐 마음이 조급했다.


나는 진료실을 나오자마자 그에게 향했다. “시술이 4일 뒤로 잡혔어. 밀릴지도 모르지만 혹시 출근 전에 시간이 될까? 안되면 휴가를 잠시라도 낼 수 있을까?”


내 물음에 그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미리 일정을 잡아두면 시술은 꼭 그날로 잡히더라.”라고 했다.

그때 난 잠시 잊고 있었던 것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난임 병원에 다니는 순간부터, 우리의 일정은 난자의 시간에 맞춰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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