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휴가는 사치

by chacha

네 번째 인공수정은 “이중 인공수정”을 해보기로 했다. 배란 전에 한번, 배란 후에 한번 더 시술하는 방법으로 부족한 정자 수를 보완하기 위해 담당 의사 선생님은 이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선생님의 신중하고 적극적인 처치에 우리는 3일 내내 병원을 방문해야만 했다. 그런 선생님께는 고마움이 앞섰지만 남편은 회사 눈치가 보이는지 몇 시간의 짧은 휴가만을 썼다. 안타깝게도 난임 휴가를 쓰는 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배란 전에 진행된 시술이 끝나고 선생님은 나에게 정자 퀄리티가 적힌 종이를 보여줬다. 작은 종이 속 ‘Poor’라고 적힌 글자를 보고는 “푸어.. 많이 안 좋나요?”라고 물었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나를 본 선생님은 “이 병원 조건이 좀 까다로워요.”라며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나는 ‘버젓이 Poor라고 쓰여있는데 신경을 안쓸 수가 있나요..?’라는 말을 꾹 참으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간단하고도 짧은 시술이 끝났다.


그에게도 종이를 보여주니 곧바로 지난번 임신이 되었을 때와 비교해 보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그는 ”뭐가 문제였지? “하며 지난날을 되짚어 보는 듯했다. 그가 매일 아침에 토마토를 갈아 마시며 정력에 좋다던 영양제를 빼놓지 않고 챙겨 먹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튿날 아침, 나는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남편은 전날 당직 근무를 마치고 온 상태라 얼굴이 푸석해 보였다. 오늘도 초과 근무를 해야하는 그는 어쩔 수 없이 고작 2시간의 개인 휴가를 쓰고 회사를 잠시 나왔다.


그는 “양이 좀 적은 거 같아.. 걱정이 되네.”라고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나도 혹시나 시술이 취소될까 걱정이 되었지만 “휴가 쓰는 것도 눈치 보였을텐데 너무 신경 쓰지 마.”라고 말하며 그를 다독여주었다.


내 이름을 부른 간호사는 어제와 같은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이틀 내내 이 좁은 곳에 들어오니 갑갑했다.


옷을 갈아입고 베드 끝에 누워 다리를 벌리고 있는 이상한 자세를 하고 있으니 선생님이 커튼을 치고 들어오셨다. 그리고는 날카롭고 긴 스포이드를 몸 깊숙이 넣어 정자를 주입하는데 나는 그것이 들어올 때 아픔을 알고 있는지라 두 손으로 옷을 꽉 잡았다. 이때 느껴지는 찌릿한 아픔은 여러 번을 겪어봐도 정말로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다.


시술 후에 선생님은 어제와 같이 작은 종이를 건네주며 “어제와 비슷하네요. 어제도 의미가 있고 오늘도 의미가 있어요. 남편분께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라며 피검사날 보자고 했다. 받은 종이에는 또 Poor가 쓰여 있었다.


그렇게 3일간의 병원 일정이 끝났고 또다시 14일간의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스스로 기대는 하지 말자고 수십 번 다짐해도 또 기대에 가득 차 임테기를 꺼내고 있겠지만.. 난임의 끝이 보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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