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필요한 일

by chacha

피검사 전날, 나는 그에게 혹시 모르니 시험관을 염두에 두자고 말했다. 두 번의 인공수정을 겪은 나는 시험관이라는 관문 앞에 서있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홀로 진료실에 들어갔고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은 시험관을 시도해 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씩씩하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선생님의 자신감 있는 말 때문인지 나는 시험관을 하면 바로 임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진료실을 나온 뒤, 그에게 “시험관 하게 됐어.”라고 말해주었다.


‘갑자기 그가 벌컥 화를 냈다.’


처음에 나는 그가 왜 화를 내는지 몰랐다. 사실 그는 인공수정을 몇 번 더 하길 원했었고 나빠진 정자의 질은 쉽게 개선이 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 또한 남편은 진료실에 들어갈 수 없는 병원의 이상한 시스템이 불만이라고도 했다. 자신의 상황을 직접 설명할 수 없음에 답답함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시험관을 하게 되면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모두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방법이 임신 확률을 높여준다면 기꺼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두렵던 배주사도 다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그를 달래며 주사실로 향했다. 간호사님은 처음 온 나에게 주사에 관해 차근차근 알려주셨고 나는 주사를 놓는 시뮬레이션까지 해보며 연습도 했다. 긴장과 걱정이 섞인 내 모습을 보고 간호사님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법이죠.”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이 나에게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밖으로 나와보니 그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주사 바늘이 작다고 안심시켰다.


다음날 아침, 나는 눈을 뜨자마자 주사를 맞을 준비를 했다. 고맙게도 그가 옆에서 봐주었고 긴장 속에서 주사기 뚜껑을 열었다.


‘뭐야!!!!!’

그가 소리쳤다.

내가 바늘이 작다고 한 말을, 그는 ‘혈당체크기’처럼 아주 작은 바늘이라고 오해했던 것이다. 나도 사실 뾰족한 주사 바늘에 흠칫 놀랐지만 그에게 티 내지 않기 위해 속으로 꾹 참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크게 소리치는 바람에 더 긴장이 됐고, 손에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심호흡을 몇 번이나 했을까, 나는 어제 만났던 간호사가 했던 말을 입안에서 중얼거리며 주사기 끝을 내 배에 찔렀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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