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형 난임 병원

by chacha

매일 과배란 주사를 맞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약이 잘 듣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4-5일에 한 번 병원에 갔고 갈 때마다 주사가 달라졌다. 뚜껑만 열고 배에 찌르기만 하면 되었던 주사에서 식염수로 가루를 녹여 제조하는 주사까지 다양한 주사만큼 통증도 제각각이었다. 5일째부터 팬티의 얇은 고무줄이 거슬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 고무줄을 끊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아랫배가 불룩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열흘 만에 몸무게도 2kg가 늘어있었다.


12일째에 드디어 난자를 채취하러 갔다.

아침 일찍 출근한 그도 정자 채취를 위해 휴가를 사용하고 병원에 왔다. 대기실에는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들이 많았고 내가 시술실에 들어가면 그도 저 사람들처럼 날 기다릴 거라 생각하니 안심이 되었다. 우린 서로 잘 다녀오라며 인사를 하고 나는 시술실에, 그는 채취실에 들어갔다. 먼저 진통제와 포도당 링거를 맞았고 시술실로 뚜벅뚜벅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이 반갑게 내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했다. 요 근래 자주 만나니 정이 들었는지 참 반가웠다. 그리고 누군가의 ‘마취약 들어갑니다.’라는 말소리를 들었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베드에 누워있었다. 벌써 끝난 것이다. 수면 마취가 처음인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신기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 옆쪽에 사람 소리가 들렸다. 옆에 커튼이 있어 몰랐는데 나올 때 보니 무려 7개의 베드가 나란히 붙어있었다.


커튼 벽 너머 내 담당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00님 깨셨어요?”

귀를 기울여보니, 채취한 난자와 이식 관련하여 얘기를 나누는 듯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다.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커튼을 열었고 나는 반가운 마음에 그녀의 손을 덥석 잡으며 그 마음을 표시했다.


나는 채취 전 이미 배란이 시작되었지만 다행히 16개의 난자를 채취할 수 있었고, 배란이 되었기 때문에 신선 이식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미세수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안타깝게도 지난 두 번의 인공수정 때에 비해 이번에 채취한 정자가 가장 좋지 않았다.


한 시간을 넘게 휴식을 취하고 나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생리통처럼 배가 욱신욱신했지만 그래도 걸을만했다. 그는 내가 나오는 소리에 엉거주춤 일어나 있었고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그는 내가 시술실에 있는 동안 쇼킹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그가 채취한 정자를 간호사에게 전달했는데 갑자기 간호사가 여기저기 분주히 다니더니, 다시 그를 불러 혹시 한 번 더 채취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왜 다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물었지만 “나중에 아내한테 들으세요.”라는 말만 들을 수 있었고 그렇게 아무 이유도 모른 채 다시 채취실로 가야만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도 너무 황당했고 다음 진료 때에는 같이 선생님을 뵙자고 하며 그를 다독였다. 그리고 선생님이 나에게 했던 말을 그에게 전해 주었다. 그 이유를 대강 알게 된 그는 남편에게 설명해 주지 않는 이 병원에 대한 의구심과 분노를 느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으며, 길었던 오늘을 되짚어 봤다. 배란이 되어서 잃게 된 신선 이식의 기회, 그래도 채취한 16개의 난자, 자연 수정을 할 수 없던 정자의 상태 그리고 그가 겪었던 의구심과 분노.


‘나는 그렇게 시험관 1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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