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아자 파이팅!

by chacha

인공수정 10일 차가 되자 손이 근질근질해졌다. ‘인공수정 10일 차 = 임테기’가 국룰이라지만 임신이 되었던 지난 차수에도 10일 차, 아니 12일 차에도 깨끗한 한 줄을 봤었다. 머릿속으로 인공수정은 자연 임신처럼 수정과 착상 시기가 제각각일 거라 굳게 믿고 있었지만 막상 10일 차가 되니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선악과인 것을 알고도 서랍을 열어 임테기를 꺼냈다. 꼭 이런 날은 왜 꼭두새벽부터 눈이 떠지는지. 나는 테스트기를 밝은 조명 아래서 요리조리 돌려가며 확인을 했다. 매직아이처럼 아주 옅은 시약선이라도 찾기 위함이었지만 야속하게도 한 줄이었다. 그렇게 또다시 나는 임테기 앞에서 무너졌다.


밖을 내다보니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벚꽃이 예쁘게 피고 있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었는데 시간만 너무 빠르게 지나갈까 걱정스러웠다.


그로부터 이틀 뒤, 마지막으로 임테기를 다시 꺼냈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희망은 없었다. 남편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내 표정을 보더니 나를 꼭 안아주었다. 한동안 나도 그도 서로를 껴안은 채 무미건조한 깊은 한숨만 푹푹 쉬어댔다.


우리는 긴 상의 끝에 인공수정을 한번 더 하기로 결정했다. 5차까지 인공수정 지원금이 나오기에 마지막일지 모르는 이번 차수에 또다시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진료실에 들어간 나는 의사 선생님께 “이번에도 남편의 정자가 부족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그래도 인공수정 시도해 볼 만큼은 돼요. 지난번엔 과배란 약을 먹고 평소 주기보다 일주일이나 빨리 시술해서 자궁이 준비가 안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번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래 주기대로 해보는 게 좋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실패가 거듭될수록, 차수가 늘어갈수록 나는 그에게 더 예민하게 굴었다. 그가 먹는 커피와 술, 운동 같은 온갖 행동 하나하나가 정자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지만 생각하니 잔소리만 늘어갔다.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그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자마자 남편을 원망했던 내가 한심해졌다. 난임은 누구의 잘못도,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병원을 나서며 도돌이표 같은 난임 생활이지만 다시 시작된 이번 차수에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보기로 생각했다. 난임에 너무 몰두하지 말자고, 그리고 남편을 더 아껴주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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