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되는 말

by chacha

피검사날, 울컥하는 마음을 다잡고 병원으로 향했다. 간호사님이 임테기를 해봤냐는 말에 머쓱하게 웃으며 한 줄이었다고 말했다.

의사 선생님도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며 다음 차수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나는 올해 남은 두 달 동안 인공수정을 다시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선생님도 흔쾌히 괜찮다며 남편의 컨디션을 잘 끌어올려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진료가 끝났고 친정 엄마에게 연락을 하니 점심을 같이 먹자며 본가로 내려오라고 했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내 꼴이 안 좋아 보인다며 여주의 한 흑염소 전문점에 가자고 했다. 아빠도 함께였다.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쯤 병원에서 전화가 왔고, 나는 같이 온 부모님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간호사님은 “피검사 수치가 0.1로 비임신되었어요. 다음 차수 때 미리 예약하고 방문해 주세요.”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식당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날 쳐다보는 것도 모른 채.


이번에도 0.1이라니, 내 배아는 착상시도 조차 하지 않고 없어져버렸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매일 호르몬 약과 질정을 몸 깊숙이 넣었고, 옷깃이 스쳐도 아팠던 돌주사까지 맞아왔다. 그래도 그런 건 괜찮았다. 제일 슬펐던 건 임테기를 확인하고도 혹시나 했던 아주 작은 희망이 무너져 버린 것이었다.


엄마는 울고 있는 나를 보며 눈망울이 촉촉해졌고, 오직 이 상황을 알지 못하는 아빠만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 앞에 펄펄 끓고 있는 염소탕의 연기가 날 가려주길 바랐다.


‘아빠한테는 임신을 하고 나면 말하려 했는데 이렇게 시험관을 알리게 될 줄이야.’


처음 병원에 다닌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나에게 ‘임신도 준비가 필요하니?‘ 라든가 ‘애가 지금 당장 필요해?‘라며 임신을 위해 병원을 다니는 것은 티비 속 남의 얘기처럼 여겼다. 난임은커녕 아이를 너무 많이 낳을까 봐 걱정했다던 그들은 그런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그래서 나는 한동안 어떠한 얘기도 꺼낼 수가 없었다.


본격적으로 시술을 시작했을 때,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평소 친구처럼 지내기도 했고 나와 같은 여성이니 잘 이해해 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나는 그녀를 이해시키기 위해 내가 겪고 있는 과정부터 시시콜콜 느꼈던 감정까지 자세히 말해주어야만 했다.

그래도 엄마는 날 이해하려 무척 노력했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먼저 임신에 관해 일절 묻지 않았고, 내가 속상해하면 같이 속상해하며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빠는 달랐다. 아빠는 시험관 얘길 듣자마자 ‘그딴 걸 왜 하냐’고 했으니.

그때 난 차라리 그 전화를 받지 말걸 하고 후회했다.




사진 출처: https://www.instagram.com/p/DB3zIsBvyWS/?igsh=MWxhaHE5MGk0Z29p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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