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일기: 오늘도 말 아끼는 중입니다.

#10 전략이 된 침묵

by ChaCha

팀장 두 명, 실장 하나.

보고 라인도, 책임 라인도 명확하지 않은 팀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실장은 새로 온 팀장의 의견만 듣고,

나에겐 “잠깐만요, 그건 나중에 얘기하죠.”라고 말하기 일쑤였고,

그 나중은 영원히 오지 않았다.


내가 어떤 말이든 하려고 하면 할수록,

나에겐 '불편한 사람', ‘과민한 사람'이란 프레임이 씌워졌다.

그래서 말로 설명하는 대신, 결과로 증명하기로 했다.


모든 공을 새로 온 팀장과 본인에게 돌리는 실장을 보면서도 그냥 웃었다.

업무 분장을 불공평하게 나눠도, 말없이 결과만 쌓았다.


그런데, 침묵이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요즘 말이 없으시네요?"

"무슨 일 있으세요?"

호기심, 혹은 경계하는 태도로 나에게 말들을 걸어왔다.


이렇게 말을 거는 사람들 중에는 의외의 인물도 있었다.

다름 아닌, 새로 온 팀장이다.

“요새 너무 조용하신 거 아니에요?”
“근데, 이거 보고 순서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요?”
“그럼, 이 담당자한테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처음엔 단순히 뭐 하나라도 더 가져가려고 하나보다 했다.

어차피 실장도 그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판에,

나랑은 경쟁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점점 물어보는 빈도가 많아진다 싶더니,

어느 날은,

“팀장님, 실장님이 이거 또 무리하게 넣자고 하네요. 저만 이상한 거 아니죠?”
...

나중엔 진짜 웃긴 말까지 들었다.
“그냥 빨리 팀장님이 실장 됐으면 좋겠어요. 저 진짜 일 좀 제대로 하고 싶어요.”


나의 ‘경쟁자’가,

나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있었다.


내가 ‘침묵’ 했던 건,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나를 지키기 위해서였지만,
그 선택이 외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전략’이 되었다.


오늘도 되뇌어 본다.

나를 배척하고자 하는 이들이

기대하는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

그리고 그 기대를 비켜가며

내 방식대로 사람을 얻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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