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출산휴가 이후, 내가 바뀐 이유
출산휴가에서 돌아온 그 날,
가장 먼저 내 눈에 띈 건 내 빈 자리가 아니라,
그 자리를 차지한 다른 사람이었다.
“팀장님, 복귀하셨네요. 고생 많으셨죠?”
새로 들어온 팀장이 나를 반겼다.
나중에 알았다.
내가 떠난, 바로 그 다음 날부터 다른 팀장이 출근했다고 한다.
회사는, 정확하게는 실장은, 내 자리를 단 하루도 비워둘 수 없었다.
보통의, 정상적인 실장이라면, 내가 자리를 비운 몇 달 정도는
바쁘겠지만 커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특별한 실장님은 단 하루도 그게 가능하지 않았고,
팀은 한 명의 실장과 두 명의 팀장이 있는, 어색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아무런 사전고지도 없이
내 자리에 또 다른 팀장이 끼어 있다는 사실이 낯설기만 했다.
그리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지켜보게 되었다.
팀장 두 명 중 한 명이 오래 자리를 비우고 이제 막 돌아온 사람인데,
팀원들도, 다른 부서 사람들까지 내 복귀 바로 다음 날부터
이상하리 만치 나를 반기며, 나만 찾았다.
기묘한 상황이 반복되고, 나는 새로 온 팀장의 실체를 파악했다.
새로 온 팀장은 업무 자체는 실장보다 잘 알았지만,
사람 관계에 취약하고 리더십이 부족했다.
실장은 두 명의 팀장, 나와 그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라이벌로 만들었다.
다른 이들의 분란과 위기가 그에게는 ‘기회’가 되곤 했다.
실장은 회사의 눈과 귀였고,
나는 더 이상 팀의 ‘업무상 리더’조차 온전히 될 수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회사가 원하는 방향대로만 움직일 수도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깨달았다.
그들의 기대에 맞춰 춤추는 사람이 아니라,
그 기대를 하나씩 덜어내고,
결국엔 나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리를 채워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