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실장의 부재
가끔 어떤 날은, 이상하리만치 일이 술술 풀린다.
회의도 부드럽게 끝나고, 피드백도 빠르고 정확하게 오고, 다들 말수가 적고 집중도는 높고.
그럴 때면 무심코 캘린더를 뒤적이게 된다.
“어? 오늘 안 왔구나.”
그렇다.
그 사람이 빠진 날, 이상하게 팀 분위기가 좋다.
일도, 회의도, 전체 일과가 매끄럽게 흘러간다.
문득 깨닫는다.
아, 이 사람은 ‘있는 것만으로도 일의 흐름을 막는구나.’
겉으로 드러나는 능력은 없지만,
항상 팀 프로젝트 중간에 이름을 얹고, 마치 본인이 다 한 듯 발표하고,
누군가의 수고 위에 앉아서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이 기획, 제가 정말 고생 많이 한 거예요.”
저렇게 말하면, 저 말이 진실이 되기라도 하는 듯,
실장이 모든 회의에서 꼭 하는 말이다.
회의실에 있는 사람 중, 아무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에 반박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림자 노동은 이름이 없으니까.
기획서를 처음부터 만든 사람,
각 부서 컨펌을 위해 새벽까지 정리한 사람,
모든 피드백을 종합해서 발표 자료를 만든 사람.
그런 사람들의 이름은 슬라이드 어디에도 없다.
회의에서, 실적 보고서에서, 팀 리포트에서도 빠진다.
그 사람은 어쩜 그렇게 타이밍 좋게 앉아 있다가,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지.
결과가 좋으면 “내가 리드했어”
결과가 안 좋으면 “사실 난 반대했는데”
이름 없는 노동이 쌓이고,
이름만 올리는 사람이 빛난다.
그래서 그날, 팀의 진짜 문제는
일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가로채는 사람이란 걸 확실히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