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일기: 오늘도 말 아끼는 중입니다.

#6 인정받는다는 착각

by ChaCha

'믿고 맡긴다'는 말을 앞 세워,

실장은 내게 중요한 일들을 던졌다.

출산휴가 후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음에도,

그저 '팀장님이 제일 잘 아니까'라는 말과 함께였다.


처음엔 그것이 신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내가 필요하긴 했구나'라는 착각.
이 시기에 실장은 유난히 내게 ‘믿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 일은 팀장님이 잘할 것 같아서.”
“팀장님이 있어서 정말 좋아요.”
이 말이 당시엔 위로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출산휴가로 빠졌던 시간만큼, 불안했던 나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았고.
그래서 ‘이렇게 다시 자리를 잡아가는 건가’라는 착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의 뒷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믿음’이라는 말에는 구체적인 지원도, 협의도 없었다.
어떤 일정인지, 누구랑 조율해야 하는지, 리스크가 뭔지
나는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어둠 속을 그저 내 발길 닿는 데로 걸어야 했고,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나의 흠이 되어 돌아왔다.


바보같이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실장은 나를 믿은 게 아니라, 그냥 _자기 일을 나한테 미룬 거_였다는 걸.
그리고 나는 그걸 ‘기회’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이후로 나는 ‘믿는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런 의문이 떠오른다.
“저 말 속에 있는 게 ‘인정’일까, ‘책임전가’일까?”
진짜 믿는다면, 오히려 그 믿음에 걸맞은 정보 공유와 책임 분담이 있어야 했다.
그 차이를 알게 된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착각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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