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기상시간부터다 그렇게 된 지 오래되었다
기상시간이 달라진다는 것.
현재 교대근무를 하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조만간 퇴사를 하고 상근직으로 일을 시작할 예정인데, 나름 오래 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근무 시간까지 바뀌게 되는 것이라 이만저만 심난함과 소소하며 대대 한 고민들이 여러 가지이다. 소소한 고민이자 기대되는 바 중, 하나는 역시 기상시간에 관한 것이다. 교대근무 특성상 아침 일은 여덟 시부터 시작이 된다. 으레 상근직이라고 이야기하면 시작되는 아홉 시 업무 시작보다 한 시간이 더 빠르게 되는데, 말이 한 시간이지, 밤근무자가 하고 있었던 업무를 여덟 시부터 부침 없이 시작하기 위해 여덟 시보다 삼십 분 전, 몇십 분 전을 빠르게 와야 한다.
그러다 보니 타게 되는 새벽은 아니지만 아침도 아닌 버스는 항상 자리가 남아있다. 햇빛은 새벽을 지나 맑지는 않지만 아직 준비도 되어 있지 않는데, 정거장에서 발을 동동거리면서 기다리면 꼭 한두 자리가 남아있는 버스가 흙눈으로 고요하고 더럽게 온다. 어쩌다 서서 가면 피곤하고 졸리고 잠이 오는데 앉아가면 그 몇 분 아까운 시간에 유튜브며 뉴스며 하다못해 오늘 일정 확인도 해보게 되고 까똑도 좀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직장 정류장에 도착하고, 눈을 비비고 밤근무자에게 업무를 인계받고 그런 다음에 컵에 믹스커피 한잔, 커피포트기가 봉봉거리면서 물이 끓고 뜨거운 물 두 번 차가운 물 한번 해서 커피를 마시면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 아침의 시작이 괜찮다. 비록 눈뜨자마자 화장실 돌진, 세수, 옆에 선크림, 그리고 옷 갈아입고 출근하는 하루의 시작은 촌각을 다투는 일이지만 항상 자리가 남아있는 붐비지 않는 버스, 어정쩡하고 애매한 시간대가 괜찮다. 버스로 보게 되는 몇 년간 변하지 않는 풍경들, 아직 까만 마트, 일하는 해장국집, 출근준비하는 아파트, 새벽같이 문 연 빵집, 문 닫은 지 얼마 안 되었을 호프집, 찜통 연기 나는 만두가게, 문 닫은 횟집 옆에 돼지김치찌개집, 안경가게, 불 켜져 있는 편의점 들도. 그래서 출근하는 풍경이 바뀐다는 것은 변하는 게 싫고 싫지 않은 나의 고민이자 기대되는 바 중의 하나이다.
기상시간은 늦춰질수록 좋다.
지금 직장은 집과 가깝다. 버스로는 이십 분, 택시로는 오분. 그래서 아주 신규 시절에는, 버스를 너무 일찍 타서 직장에 두 시간 일찍 도착한 적이 종종 있었다. 버스 간격과 그 배차 시간을 노련하게 계산하지 못한 채로 그저 지각할까 봐 출근을 서둘렀었기 때문인데, 그때는 택시를 도대체 왜 타는 거지 하는 아주 직장인 답지 않으며 패기 넘치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는 아침에 일어나 아침도 먹었었다. 아침을 먹었다니!
하지만 요즘에는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고민이 된다. 오분을 더 잔다. 이때까지는 아직 택시 생각을 못한다. 택시값이 너무너무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오분을 더 자는 대신 포기할걸 계산한다. 머리 감기... 아니면 옷을 어제 입었던 것 고대로... 사람은 점점 외관상의 사람 꼴을 잃지만 내면은 그 일분, 오 분동안 더 잘 수 있어서 행복해진다. 행복해지는 것인가 그냥 몇 분 눈 붙이고 후에 고통스러워지는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달리기는 한다.
오분정도 더 자고 일어나서 촌각을 다투는 출근 준비 후 밖으로 나와서 버스정류장으로 걷다 보면, 내 앞에서 버스가 휑 하고 지나가버린다. 버스는 또 항상 연달아 같이 와버려서 다음 버스는 몇 분? 10분 뒤에 온다고, 결국 기어코 오늘도 내가 택시를 타는구나 택시정류장으로 발걸음을 다시 돌린다. 오늘도 결국 후회할 짓을 하는구나. 그래도 기상시간은 늦춰질수록 좋다. 아예 안 정해져 있으면 더 좋고. 내 근무 연차만큼이나 기상시간은 늦춰진다.
직장인은 기상시간부터.
근무 연차만큼이나 또 하나 달라진 건 핸드폰 알람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 몸인데, 그건 또 참 인체의 신비 같다. 예전에는 못 일어날까 봐 알람을 여러 개를 맞추고 빵빵한 알람음 소리, 가장 크게 틀어놓고 못 일어날까 봐 오들오들 떨었다면 지금은 진동소리에도 시간 맞춰서 눈이 떠진다. 진동 소리 한번 핸드폰 한번 보고 자연스럽게 오분 뒤에 알람 다시 울리기 버튼을 누른다. 그러고 눈을 감으면 바로 오분 뒤 알람이 울리는 이 아침시간의 이상한 시간. 그러다 어느 날 기상시간보다 갑자기 한두 시간 빨리 일어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눈뜨면 그렇게 세상 억울할 수가 없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도 한두 시간 더 자서 이보다 이득이 아닐 수 없다는 조삼모사 생각이 둘 다 들게 된다. 그리고 다시 수면. 희한하게 한두시간인데도 다시 눈감고 뜨면 기상시간.
직장인이 아닌날에는 알람 진동을 못듣거나 들어도 듣자마자 꺼버리거나 하는 행동이 뇌를 거치기전 손에서 이미 작업이 끝이 나게 된다. 그런걸 보면 직장인이라는것은 기상시간마저 콘트롤 할수 있는 아주 대단한 사람인가 싶다. 하지만 그 뒤에 버스를 놓쳐 택시를 타게 되는 것은 인간미 있는 행동이라고 포장해본다...
오늘도 나는 알람 진동에 맞춰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