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마켓
오빠, 동 트기 전은 주변이 어슴푸레해. 아무것도 잘 보이지 않아서 눈을 감고 잠시 상상을 하곤 해.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고 너울대는 바람 속에 말 소리가 들려오는 듯해. 눈을 머금은 듯한 이 새벽을 해는 알고 있을까. 나는 울음을 멈추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지켜보고 있어. 저 멀리 수평선은 아무 말 없는 아버지의 입처럼 굳어있고, 붉지 않은 하늘은 바람이 걷히고 저 멀리 양떼 구름이 나타나지. 그러면 밤새 비춰주던 달이 가느다랗게 변하고, 새파래진 하늘 위로 천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해.
동 틀 무렵, 라임으로 빛나는 옷을 입은 거리의 천사들이 지나가면, 약속이나 한 듯이 거리는 새 것처럼 깨끗해지지. 저 옷은 어쩌면 늘 저렇게 새 것 같을까? 단단한 갑옷을 입은 그들은 아무 말이 없이 묵묵히 빗자루를 쓸곤 해. 회색 빛의 콘크리트는 마른 낙엽을 덮고, 새까만 아스팔트는 하얀 눈을 덮고 있지. 하얀 눈은 나뭇가지처럼 걷히어 길을 내고, 낙엽들은 바스락 거리며 웃음을 터뜨리곤 해.
보이지 않는 두려움은, 알고 있는 자들에게 설렘으로 치환되지만,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전해야할 의무 같은 것을 지니고 태어난 것 같아. 해를 눈 앞에서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은 지금 뿐이야. 붉게 떠오른 해는 떠오를 수록 환하게 비치기 때문에. 눈을 감고 해를 바라보면 언제나 답을 안겨주지. 넓고 넓은 바다같은 하늘 위로 작은 소망이 생겨나고, 그러면 오늘도 해야할 일들에 작은 한숨을 내 쉬고 일터로 가야해.
언젠가는 벚꽃잎이 바람에 휘날리는 계절이 오겠지만, 모든 것이 꽁꽁 얼어 있는 겨울에는, 얼어붙은 생각들을 정리하고 정적을 깨는 까치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한 글자, 두 글자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적어보내자. 자연은 너무나 품이 넓어서, 늘 우리는 받기만 하고 살아가지만, 우리가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면, 참 많이도 자연과 닮았다는 생각을 해. 이런 상상들이, 밝은 웃음을 지닌 사람들에게 우울함을 가져다 주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아침이면 나를 만나러 와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