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기

베이비 마켓

by 차차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서 살아가게 될까? 분만소를 나와 곧장 입양소로 향한 에이리는 드디어 아이를 만났다. 에이리는 그녀의 양부모님이 해주신 것처럼 아이에게 사랑을 베풀 것이다. 한 아이는 눈이 반짝반짝 하고 머리가 아주 검었다. 또 다른 아이는 손가락이 길고 밝은 피부를 가졌다. 제이는 아이를 안고 입을 맞추었다. 넷은 20년간 함께 동고동락하게될 가족이 되었다. 두 아이의 부모가 되는 동시에 두 생명을 맺어준 날이었다.


스무살이 되어 에이리와 제이가 그들을 떠나더라도 그들은 영원히 죽는 날까지 함께할 것이다. 아이들은 265촌 쯤 되었다. 그러나 비슷한 점이 아주 많았다. 그들은 살면서 그것을 깨닫게 될 것이었다. 계급도 인종도 아무런 구분이 없어진 미래 사회에 선택은 시간에 의존했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그들은 많은 것을 공유하며 살아가다가 어느 날 어느 지점에 이르르면 함께 안락사를 맞이할 것이다. 누구나와 같아서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는 탄생이나 마지막에는 많은 것이 기록되고 사람들로부터 축복받으며 떠날 것이었다. 그들에게 과연 어떤 꿈이 더 있을까.


지구별은 그들에게 고향과도 같았다.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 속 고향이지만 쉽게 자란 곳을 떠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언제든 돌아가더라도 환대받을 것을 알았다. 그래서 마음 속에 담아두고 긴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언제든 잊지 않을 순간일 것이다. 사람들은 지구별을 기억했다. 그리고 종종 추억했다. 함께 기록들을 공유했다. 그러면 지구별이 멀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사라지지 않은 최초의 땅은 언젠가 태양과 함께 소멸 하더라도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모두가 우주로 이주하고 떠나가지만, 지구에 늘 남아있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들을 지구인이라 불렀다. 우주로 나온 사람들이 긴 여행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면, 언제나 그들을 맞이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늘상 같은 하루이지만, 우주인들을 환영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그래서 우주인들을 고깝게 생각하기도 하였다. 우주인들은 돌아올 때마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매일 같이 제자리를 지키는 그들은 시간이 더디게 갔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마주할 때면 울컥 눈물이 솟기도 했다. 그래도 그런 것이 그들의 행복이었다. 같은 뿌리를 가진 인간들은 누구나 같은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주인들의 생각이 늘 지구인들과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변화한 환경과 시간에 적응해야 하는 의무 비슷한 것이 있었다. 빠르게 가는 것은 쉽지만, 멀리 가는 것은 더 쉽다. 많은 이들이 함께할 수록 쉬워진다. 그래서 소규모의 가족으로 구성된 우주선을 타고 이동하는 것보다 새로운 공동체에 소속되어 움직이는 편이 나았다. 그러면 알지 못했던 세계를 탐구하고 새로운 발견을 이룰 수가 있었다.

누구나 지구를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좁은 통로를 거쳐 세상에 나와 울음을 터뜨리듯 지구를 떠나는 과정은 힘겨웠다. 지구가 아이들의 자궁인 셈이었다. 누구나 우주로 가기를 소망하지만, 때로 후회하고 어려움을 겪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겁이 나고 두려워질 때마다 열번씩 생각하고 곱씹어 보았다. 그러면 마음이 조금씩 나아졌다.


하늘나라에서 축구 경기가 열리면,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경기에 참여하고 응원을 보내듯, 우주에 도착하는 이들도 그런 즐거움을 누렸다. 겨울이면 뜨개질을 해서 가디건 하나를 완성하는 것처럼, 우주에 도착하는 이들도 그런 따뜻함을 누렸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공간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삶의 연장에서 그들과 곁에서 함께하는 가족으로서 행복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 둘이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일 수 있도록 맺어준다는 점이다. 살면서 지루하고 힘든 순간들도 있겠지만,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면 그들의 행복이 의심받을 여지는 조금도 없을 것이다. 에이리와 제이는 아이스티를 마시며 그들의 삶을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았다. 레와 함께 도착한 시뮬레이션 타워에는 많은 초보 양부모들이 아이들의 유전자 조합을 프리뷰하고 있었다. 기업의 역할이 축소되는 대신에 학생들이 직접 업무에 참여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제이는 문득 누가복음 15장 25절을 펼쳤다.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가족 구성원들 간에도 강한 애정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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