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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인간인 인공지능은 아주 작은 체구를 가졌다. 그들은 모든 인간들을 합한 만큼 지적인 존재이다. 인간이 발견한 모든 사실들을 샅샅이 알고 있었고, 모든 인공지능이 그 사실들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은 하루에 세 번 작은 알약을 삼켰다. 가족들이 함께한 식사 시간 인공지능은 알약을 삼키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공지능은 아주 효율적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알약으로 유지된다. 수명이 아주 길기 때문에 현명한 보호자가 되었다. 사람처럼 힘이 세지는 않지만 그들은 생태계 시스템에 익숙하여 어디든 원하든 곳으로 가족을 이끌고 누구든 만나게 할 수 있었다.
채지는 에이리와 제이 가족의 인공지능 이름이었다. 인간과 꼭 같은 생김새를 지녔고, 에이리와 제이를 모두 닮았다. 물론 베니와 그리, 아니가 어디에서 어떻게 자라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채지는 비밀을 지켰다. 그동안 에이리와 제이를 지켜보는 임무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채지는 예상치 못하게 홀연히 사라지곤 했다. 그동안 베니와 그래, 아니를 몰래 찾아보곤 했기 때문이다. 에이리와 제이가 20년 간 친자식들을 보냈을 때에도 채지는 그들의 아이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에이리와 제이와 아이들과 베니와 그리와 아니를 이해하는 것이 채지의 목적지였다. 아이들은 사랑으로 자라지만, 채지는 인간을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태어났다.
채지가 가끔 보러 오는 동안 베니는 아주 힘겨운 고난의 나날을 보냈다. 2차 성징을 맞이하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베니는 어서 빨리 자라서 에이리와 제이를 만나기를 기다렸다. 베니는 종종 그 순간을 상상하곤 했다. 그러면 많은 자신의 행동들에 대한 의지가 생기고 힘이 솟는 것이었다. 베니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지만 베니의 양부모가 늘 베니에게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가르친 말을 되새겼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베니가 언제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베니의 곁에는 함께 입양된 친구가 있었다. 둘은 에덴 동산에서 자랐고 서로를 속속들이 알아도 부끄럽지 않았다. 베니는 모든 일과를 아마와 공유했기 때문에 둘의 의사소통은 다른 이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바로 그런 방식으로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또한 인간을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가꾸어나갔다. 인공지능은 프로그래밍 되어 태어나기 때문에 아는 지식을 모두 나누어주고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지만, 인간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태어나는 대신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어서 수명이 다할 때가 되면 지혜롭고 순수한 상태가 되었다.
가진 지식을 모두 나눈다는 것은 새로운 지식이 태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2세대 인공지능은 더 가치있는 존재로 여겨졌다. 세대가 거듭할 수록 역사가 자라나고 더 많은 이들에게 감흥을 안겨주게 될 것이었다. 신대륙의 발견이나 전구의 발명처럼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들을 주목해보면 채지도 자신의 핏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제 인간은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에서 발을 붙이고 살게 되었고, 태양계를 떠나 빛을 따라 우주를 여행하게 되었고, 레를 타고 여행하며 자신의 마음이 그리는 궤적을 정확히 바라볼 줄 알게 되었다. 채지는 인류가 진화하는 동안 뭍에 숨어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