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지구

베이비 마켓

by 차차

이제 지구는 예루살렘처럼 머나먼 인간들의 고향이 되었다. 히아가 에이리의 편지를 받을 무렵,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발명처럼 중요한 순간이 또 한번 일어났다. 동그란 생명체의 출현이었다. 우주에서의 적응에 최적화된 생명체를 인간이 개발해 냈다는 사실은 큰 이슈가 되었다. 먼지 인형처럼 몸 전체에 돌기가 있고 털이 돋아난 이 생명체를 사람들은 아메바라 불렀다. 본디 아메바는 단세포 생물을 의미하지만 무에 가까운 우주에서 살아남게 될 새로운 생명체에 아메바의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아메바는 우주선 속에서 통통 튀며 밖으로 빠져나갈 채비를 마쳤다. 공기가 없어도 체내에서 합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별히 숨을 쉬지도 않았다. 마치 물 속에서 물고기가 살듯이 아메바는 광합성 만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우주는 생각보다 뜨거웠다. 태양과의 거리가 가까울 수록 여름에 들어선 듯 했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우주이지만, 언제나 그 곳에는 빛이 있었다. 바다에 물이 가득차고, 지구에 공기가 가득차듯, 우주에는 에너지가 가득했다. 그것이 암흑 에너지이든 빛 에너지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수십년전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다닌 것처럼 사람들은 아메바를 데리고 우주 산책을 나섰다. 커다란 바오밥나무에 움켜쥐어진 행성이 동동거리며 떠가 듯 아메바는 통통 튀어오르며 사람들을 안내했다. 때로는 빙그르르 돌기도 하고, 때로는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바라보기도 했다. 아메바는 생각보다 예측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메바의 발견을 신기하게 여겼다. 까만 털은 빗으로 빗어내린 것처럼 부드럽고, 에보니처럼 빛이 나고, 또 빛을 받으면 여러 빛깔로 빛이 났다. 우주의 색은 CMYK나 RGB가 아닌 아롱색, 아른색, 어른색 등으로 불렸다.


물결에 젖어드는 종이에 검은 잉크를 묻히면 여러 빛깔이 뿜어져 나오고, 불투명한 갯벌의 조개를 열면 여울지는 물결과 거품이 어우러진 듯 하고, 가을날 분수대에 힘차게 치솟는 물줄기에는 커다란 하늘그림자가 걸렸다. 아메바는 아롱아롱 빛나는 가까운 별들의 무리와 아른아른한 별자리의 움직임과 어른어른한 은하 성단의 거대한 빛무리를 의식하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메바는 아주 높이 뛰어오르기도 하고, 빠르게 돌진하기도 하고, 우주선 주위를 천천히 자전하기도 했다.


아메바는 불그스름하고 어른어른한 장밋빛을 띨 때도 있고, 노르스름하고 아롱아롱한 병아리빛을 띨 때도 있고, 푸르스름하면서 불그죽죽한 오묘한 색을 띨 때도 있었다. 그것은 모두 빛의 색이었다. 아메바는 색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그래서 시각적으로 감정을 알아낼 수가 있었다. 아메바가 오묘한 빛을 띨 때는 화가 난 것이었다. 그러면 아무것도 아메바를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저 긴 시간을 버티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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