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마켓
차이티와 헤어진 후 에이리는 아이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을 바삐 했다. 두 아이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에이리는 전복껍질 색의 인공바닷물을 끓여 오색창연한 돌빛을 우유병에 담았다. 화성의 인공바닷물은 조개껍질을 닮았다. 아주 얕고 푸르고 무지개를 품은 것 같다. 2205년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기계문명과 조금 달랐다. 자연과 예술이 지배하는 사회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또다른 행성에서 바닷물을 긷고, 계곡을 느끼고 탄탄한 언덕의 흙더미를 은혜로운 곳으로 여겼다.
이른 새벽 화성에서는 매일 같이 신문을 돌리는 신문배달 아이처럼 가로등 아이가 촛불 켜듯 전등에 하나둘씩 불을 붙인다. 해가 어렴풋이 눈을 뜰 때쯤 마을에는 온기가 돌고 꽃봉오리에 꽃이 맺히듯 아이의 발걸음에 맞추어 하나둘 전등이 켜진다. 그러면 먼 산에 흰 눈이 가득 내린 것처럼 눈꽃이 머리 위에 내린 듯하고 그 안에서는 딩딩 소리가 울리며 멜로디를 밟아가듯 전등마다 음을 가진 듯하다.
마을의 어른이 사는 집에 이르러 아이가 횃불을 가져다대자 이윽고 붉은 해가 산 너머로 떠올랐다. 시간은 아주 정확해서 사람들의 삶을 조금도 방해하지 않았다. 평화로운 행성의 하루에 먼지 바람이 일었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아이는 긴 조명 아래에 서서 어두운 그림자로 조각을 만들었다. 햇빛이 비춰 들어 형태가 완성되면 만족한듯 웃음을 지었다. 풀벌레 한 마리 보이지 않지만 지독하게 고요한 가운데 바람 소리만이 윙윙 울리는 듯 했다.
모든 아이를 입양하게 된 순간,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동화는 종교 서적이 되었다. 아이들은 신에 관한 이야기들을 동화처럼 읽으며 자라났다. 모든 어머니는 아이를 돌보고 그 아이들은 모두 수중분만으로 태어났다. 아이들은 헤엄치는 법을 스스로 익히고 뭍에 나와 걷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태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기억을 잃은 아이들이 세련된 언어 표현을 하기까지 아낌 없는 도움을 주었다. 세상에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부모가 만든 선물인 것이다.
에이리는 문득 머리맡에 떨어진 사과를 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과는 아이들의 유전정보가 기록된 인큐베이터였다. 에이리는 사과의 주인을 찾기만 하면 되었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진 것은 빛이었고, 사람들은 빛의 속도가 아닌 빛의 양을 고민했다. 그리고 수신호가 아닌 빛을 코드로 사용했다. 이동 중 소실되는 빛의 양을 고려하여 안드로메다까지 보낼 빛의 양을 계산하고 기준으로 삼았다. 에이리는 무심코 레를 호출했다.
헬리콥터는 프로펠러 아래에 시트가 있지만, 레는 드론 위에 좌석을 만든 것처럼 반대 방향의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 좌석은 창가에 맺힌 물방울처럼 둥그렇고, 이따금 붉게 칠해진 것도 있었다. 붉은 레는 내부에 산소를 자동으로 공급하고 숨을 쉬는 통로와 기관이 있었다. 투명한 레는 산소통을 매달고 타야 해서 조금 더 가벼웠고 빗자루나 새를 타고 날아가듯 외부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