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 다르다

by 세실리아


2011.6.30.jpg 2011 등단을 했을 때 나는 / 아동문학평론 제94회 시상식


thumbGSAKDEBP.jpg 심사위원 이준관 선생님과 축하를 해 주신 김미희 시인


thumbZJLI95EA.jpg 원로시인 신현득 선생님과 나

(나는 신현득 선생님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셨던 제26회 배화여고 전국어린이 백일장 '가작' 출신이다.

이것의 나의 첫 등단이다. 12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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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안창호 선생님을 기념하는 흥사단 시상식에서




어제는 청탁받은 원고의 마감 날이어서 꼼짝없이 집에 붙어 있었다. 원래 꼼짝없이 집에 붙어 있는 걸 좋아하기에 별다른 느낌은 아니다. 시 청탁에 대해선 부담없이 글을 쓰는데 서평이어서 신경을 쓰고 있었다. 청탁을 받은 유월부터 어제까지. 올해 예술인 복지재단의 창작준비금을 받고 등단 후 18년 만에 시집을 내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서평 청탁을 받은 것이다. 7월 7일, 8월 8일. 아름다운 영혼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세계에서는 이날이 중요한 날이라고 했다. 럭키 세븐, 그리고 뒤집으면 무한대가 되는 풍요의 88, 바람이 이루어지는 사자자리 게이트의 날이라고 떠들석했다. 신비한 일에 매혹이 잘 되는 나도 그날은 심보를 곱게 가지리라, 묵주기도를 드리며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날 개떡 같은 메일을 받았다. 그래서 마음이 상하였다. 이것이 우주의 시험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내려놓는 연습 말이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출판사에선 정중하게 내 시들을 검토했지만, "결이 다르다." "방향이 다르다." 란 말을 쓰며 한 달 혹은 두 달 동안의 기다림의 시간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었다. 등단을 했던 18년 전이나(욕 아님, 어쩌면 욕일지도) 18년이 된 지금이나 상황은 다를 바가 없다. 이것이 하늘이 내게 가르쳐주는 마음이다.

출판사에서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졌던 나는 심미감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름답게 책을 내는 출판사를 동경하고 있었다. 나의 아킬레스건, 트리거는 "결이 다르다." 란 말이다. 결이 다르다란 말이 왜 나의 트리거로, 내 눈물을 쏙 빼놓고 내 속을 뒤집어 놓는 말이냐면, 그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의 마음을 뻥뻥 걷어찰 때, 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결이 다르다." 란 말을 내게 씨부리는 사람을 새똥이나 맞아라하고 귀여운 저주?를 하는 나이다. 그말을 들으면 온마음이 뒤집힌다. 결이 같은 것은 뭐고, 결이 다를 건 또 뭐람. 그리고 거절할 거면 처음부터 기다리게 하지 말아야지. 이게 웬 똥매너인가. 이렇게 답장을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번 사자자리의 게이트 때 내가 깨달은 마음은... 다시는 이 두 곳에는 원고를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결이 다르니까. 내가 가장 속이 뒤집히는 말을 고상하게도 씨부려댔으니까.



우주가 내게 가르쳐준 건, 남들이 원하고 좋다고 하는 곳에 가려고 하지 말라이다. 내 자신도 높아지고 싶었던 허영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저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취미로 글을 썼던, 아무 기대도 기다림도 없이 그저 호떡을 사먹는 마음처럼 오물오물한 마음으로 쉽게 시를 썼던, 시 쓰는 일 자체가 놀이였고, 즐거웠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자고. 자비 출판을 하는 사람들을 극혐했던 과거의 나에게 내가 쓴소리를 낸다. 그들이 왜 자비출판을 했을까. 안내주니까. 나처럼 결이 다르다라는 말을 듣고는 속이 뒤집혔을 테니까. 내 시를 내 줄 이유도 없지만, 시를 거절하는 마당에 "결이 다르다." 라는 말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런 마음을 갖고서 주말을 보냈었다. 이제는 더 지체할 수 없고 나도 남들이 말하는 그럴싸한 출판사 말고, 그냥 내 시를 세상에 내 보이자고 말이다. 그러면서 청탁 받은 서평을 쓰려고 하자, 마음이 상한 상태에서는 문장을 옮길 수가 없어서, 개떡같이 결이 다른 마음이었지만, 기도를 하면서 마음이 좀 가라앉히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내가 받은 시집을 보며, 대중적으로 유명한 곳은 아닌 출판사였지만, 보석 같은 시들을 많이 발견하고는 성찰하게 되었다.

무릇 좋은 출판사란, 외형이 아니라, 좋은 시들이 사장되려고 할 때 그마음을 가여워하며 세상에 내보이게 하는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편집자가 있는 출판사이다. - 구 편집자였던 쭈구리가 된 서희경 가라사대


새벽 네 시, 희붐한 시간. 서평을 완성했다. 고꾸라지는 목과 침침해지는 눈알이 피로하였지만, 내 문장도 더해져 이 시를 쓴 시인이 이 시로부터 더욱 행복해지고 귀한 쓰임을 받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 출근 길, 버스에서 자리도 있는데 굳이 나를 뒤따라 내 옆에 앉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그 가방이 내 얼굴을 칠 뻔했다. 잠을 별로 못자 비몽사몽한 터이기에 내 신경은 예민했다. 그래도 참았다. 코가 낮았기에 망정이지 내 코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면, 울산바위처럼 콧대가 뭉근하게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배려 있는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본다.

누군가 내게 사랑의 마음을 고백한다면, 나는 "결이 다르다." 란 말은 하지 않을 거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라리, 마음에 안 든다. 나는 또다른 계획이 있거든.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것이다.


결이 달라서 오히려 좋아!

그래서 럭키비키야!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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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두 번째 등단 아동문학평론 (3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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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첫 등단 26세 가을 가을호





20200405_224535.png?type=w1 빨간머리앤의 시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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