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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드윅 Sep 02. 2022

독서가 어려운 진짜 이유

독서하는 습관 들이기가 어렵다구요? 당연한 거예요.


최근 사내 독서모임에서 활동하며, 동아리원들끼리 '왜 독서는 어려운가'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 본 적이 있다. 나도 한 달에 책을 1~2권 정도 읽는 나름의 다독가이지만, 꾸준한 루틴에 의해 습관적으로 읽고 있었을 뿐, 독서가 어렵다는 생각은 깊이 해본 적이 없었는데 꽤 흥미로운 토론이 될 것 같아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우선, '독서'라는 행위 자체를 싫어하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 독서는 시간 낭비이고, 그 시간에 차라리 더 생산적인 일을 하겠다며 책을 멀리 한다. 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 행위가 나에게 얼마나 생산적인가'를 정의하는 건 사람마다 다를 테니까. 


다음은 독서를 좋아하긴 하지만, 여러 제한적인 환경이나 삶의 우선순위에 밀려 보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이 책 저 책 재밌겠다며 장바구니에 담아도 보고, 소신 용기 내어 서점도 들러 가끔 구매도 해보지만, 제대로 된 독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다. 독서라는 행위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습관이 들여지지 않아 내가 책을 읽고 있다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독서가 어려운 건 당연한 거야


그럼 독서가 힘든 이유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독서가 힘든 이유를 '남이 살아오면서 축적해 온 사고의 체계를 단시간에 습득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보편적 잣대로 사유하며 살아왔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진리가 다른 사람한테는 정반대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나'라는 사람의 기준에서 쓰여지지 않은 지식과 언어 체계(어휘)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어려운 책을 읽을수록 이런 불쾌감은 더 심하게 느껴진다. 우리에게 어려운 책은 저자도 긴 세월 여러 연구와 공부를 통해 힘들게 축적해온 지식이며 전유물이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을 텐데, 종이 몇 장에 담아놓은 지식과 철학의 응집체를 짧은 시간에 이해하기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독서가 어려운 거라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최근에 독서가 어렵다는 이유로 '현대인들의 스마트폰 사용빈도 증가와 디지털 매체 문화의 확산, *스낵 컬처 콘텐츠로 짧은 호흡의 콘텐츠의 증가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는 분의 글을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이런 주장에 일부 동의는 한다. 그런데, 디지털 매체 문화가 확산되기 전에는 독서가 어렵지 않았을까? 오히려 E-Book 리더기 같은 디지털 매체의 등장이 시간과 장소, 종이책의 소유 상태에 상관없이 책을 읽기에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은 아닐까? 출퇴근길, 점심을 먹고 난 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환경은 지금이 더 나은 것 같은데. 나도 종이책보다 E-Book을 통해서 읽는 책이 훨씬 더 많다. 

*스낵 컬처 : 과자를 먹듯 5~15분 간의 짧은 호흡으로 소비할 수 있는 단편 콘텐츠를 말함.


그러면, 이렇게 어려운 독서를 우리는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 나는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장르를 불문하고 독서는 기록함으로써 그 책에 담긴 지식의 가치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 그럼 필자가 장르별로 책을 어떻게 정리했는지 살짝 보여드리겠다. 매우 주관적인 노하우이니 가볍게 들어보시길!


경영/IT


빠른 호흡으로 읽어 내려가며 중요 인사이트를 딥하게 읽기


경영/IT 장르는 책에서 다룬 내용 중 내게 필요한 정보만 뽑아내어 따로 기록합니다. (책= 초격차)


나는 책 10권을 읽으면 그중 7권이 경영/IT 분야 도서일 정도로 이쪽 분야 도서를 많이 읽고 있다. 비즈니스 도서는 대부분 하나의 아젠다를 가지고 여러 사례와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OKR 프레임워크를 주제로 설명하는 책이 있다면, OKR를 활용한 회사, 해당 프레임워크를 도입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 다른 프레임워크와 비교 분석 등의 내용이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비즈니스 장르는 꽤 전문적인 분야라 술술 읽히는 편은 아니다. 이해했다고 생각해도 돌아보면 까먹게 되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나는 경영 도서는 빠르게 읽어 내려가면서 내게 필요한 정보를 체크하고 그 정보를 뒷받침하는 내용만 옮겨 적는다. 이럴 때 E-Book의 북노트 기능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읽으면서 동시에 내용을 정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책과 패드(탭)를 같이 준비해보자!


에세이/문학/소설


내 경험을 대입해서 공감하기. '나였으면'을 가정해보기.


인문/에세이/소설 장르는 내 생각과 경험을 붙여 기록합니다. (책= 개인주의 공동체를 꿈꾸다)


문학, 에세이와 소설은 내 경험을 대입해보는 걸 추천한다. 나의 어떤 상황과 비슷했는지, 그때 내 감정과 경험은 어땠었는지 회고해본다. 그리고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를 주로 생각해보자. 나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바라보는 것은 색다르고 재밌는 경험이다. 이런 장르의 도서는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보다는 본인의 상상력을 자극해 창의성을 높여줄 수 있다. 단, 저자의 취향이 확고한 장르라서 여러 시도가 필요하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다 나의 주관과 일맥상통하는 책을 찾았을 때 그 기쁨은 형용할 수가 없다!


자연과학/사회정치 


생소한 개념들을 짚어가며 짧게 두 번씩 읽자.


자연과학/사회정치 장르는 내가 모르는 내용을 체크하고, 해당 개념을 정리하면서 읽습니다. (책=모든 순간의 물리학)


필자는 천문학. 즉, '우주'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과거에는 이집트 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유튜브에서 우주를 주제로 한 다양한 다큐멘터리나 콘텐츠들을 즐겨 보고 있다. 자연과학, 사회정치 분야는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있어야 읽기가 수월하다. 문과 전공생이 자연과학 책을 읽거나, 이과 전공생이 사회정치 책을 읽는다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분야의 책은 노트 한 권을 준비하고 읽어 내려가면서 생소한 단어들을 노트에 영어 단어장처럼 써놓는다.


한 챕터를 다 읽었을 때, 노트에 적힌 단어들의 뜻을 찾아가며 하나의 용어집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생소한 개념들을 이해하면서 한 번 더 복기한다. 두 번씩 읽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장르보다 독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 데일리하게 읽기에는 조금 부담스럽지만, 전혀 다른 세계로 지식을 확장해 나간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다!




정리하자면


자, 이제 독서가 조금은 쉽게 느껴지는가? 또 하나 독서가 어려운 과학적 이유로 '뇌의 모든 영역을 활발하게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려운 공부나 중요한 면접을 보고 나면 머리가 아프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건 우리가 뇌의 구석구석을 활성화시켰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후천적으로 학습한 '언어'로 적혀진 문서를 보며 내용을 이해하고, 저장하는 것도 뇌를 전부 사용해야 하는 고된 일이기에 어쩌면 독서가 어려운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독서를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레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을 마주하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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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9. 02 채드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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