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캐릭터'가 된 게임 '디렉터'들
(아니 그런데 이렇게 퍼주면 뭐가 남아요?) "우리 모험가님들이 남으시죠!"
- 금(빛)강선 디렉터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총괄 디렉터'가 보유한 위상은 매우 높은 편이다. 각 게임사들을 대표하는 이미지 때문에 게임사에서는 신작 게임을 출시할 때 대표 디렉터를 게임의 얼굴로 내세우곤 한다. 특히, 해외에서 게임 디렉터의 명성은 웬만한 헐리웃 스타들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베데스다의 토드 하워드, 밸브의 게이브 뉴웰, '젤다'와 '마리오'의 아버지로 알려진 미야모토 시게루가 있다. 또, 유명세와 오랜 경험을 기반으로 회사에서 나와 직접 게임사를 차린 디렉터들도 있다. 문명 시리즈를 만든 시드 마이어(파이락시스 게임즈)와 메탈기어 시리즈의 아버지 코지마 히데오(코지마 프로덕션)가 그 사례다.
반면, 국내 게임업계가 '디렉터 전성시대'를 맞이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편이다. 국내 게임사의 경우, 최근까지만 해도 총괄 디렉터를 따로 두지 않고, 대표가 직접 게임 개발에 참여해 리드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가 '블레이드&소울2' 개발을 리드하고 있고, 펄어비스의 김대일 의장은 '붉은사막'의 총괄 프로듀서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
아마 국내 게임 디렉터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디렉터를 뽑아보라고 한다면, 로스트아크 금강선 디렉터, 메이플스토리 강원기 디렉터, 모바일게임 바람의나라:연 이태성 디렉터가 있을 것 같은데, 각자 다른 컨셉으로 유명세를 탔는데 그 과정이 해외의 디렉터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우선, 금강선 디렉터는 정말 이상적인 게임 디렉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유저들 사이에서 '빛강선'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고, 그 흔한 나무위키의 '금강선/논란' 페이지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빛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금강선 디렉터의 특징은 패치 방향이 의도와 다른 결과를 가져왔거나, 오류나 실수의 경중과 상관없이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책을 유저들과 함께 고민하며 해결한다는 점이다.
작년과 올해 사이에 국내 게임업계에서 연쇄 파동이 일어났었다. 대표적으로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사건, 넥슨 마비노기 트럭 시위, 에픽세븐 채널발 트럭시위 그리고 최근 우마무스메 차별 운영 파동까지. 유독 최근에 운영 관련 이슈가 많이 생겨나고 있고,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디렉터를 교체하거나 소통 중심의 운영을 강화하며 화난 민심을 안정화시키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에픽세븐, 마비노기는 최근 온라인 간담회를 열면서 유저들과 직접 대면하는 소통의 장을 만들기도 했는데, 여태껏 개발자 노트나 녹화 영상으로 대체하던 방식과 달리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직접 실시간 라이브로 소통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마비노기는 최근 이런 소통 트렌드를 의식이라도 한 것처럼 추석맞이 라이브 온라인 토크를 진행했다. 출시한 지 18년이 지난 게임이 갑자기 라이브 토크라니, 예정된 콘텐츠라고 하기엔 너무 타이밍이 절묘하다. 같은 넥슨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의 강원기 디렉터도 힘을 보태주러 잠깐 참석하기도 했다. (뜬금없이 까르보불닭을 들고 오셔서 이게 먹방쇼인지, 토크쇼인지 헷갈리긴 했지만..)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디렉터를 활용해 여러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도 하는데, 강원기 디렉터의 경우 '먹방요정'이라는 이미지로 극적인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게임 디렉터가 카메라 앞에서 치킨을 뜯으며 온라인 방송에서 댓글을 읽고 소통하는 모습이 반전 모습을 주며 팬덤이 형성된 것이다. 게임과 전혀 연관 없어 보이지만 망가지는 모습도 불사하며 더 유저와 소통하려 하는 모습에 사용자들도 진심을 느낀 걸까? 반응은 게임사에서 기대했던 예상보다 훨씬 좋다고 한다.
의외로 진솔한 소통 방송이 불편함을 깬 사례도 있다. 버그나 불법 프로그램, 확률 조작과 같은 사건은 보통 게임사 입장에서 쉬쉬하고 싶은 문제일 텐데, 금강선 디렉터의 경우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진정성 어린 사과문을 직접 작성해 올리거나, 간담회를 열어 적극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평소 같았으면 돌이 날아와도 무방할 상황이었지만, 그동안 진심을 다해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유저들이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트럭 시위 대신 힘내라며 유저들이 돈을 모아 커피 트럭을 보내주기도 했다고.
이렇듯 '게임 디렉터'는 이제 '개발을 총괄한다'라는 직업적 의미보다 게임 전체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 의미가 더 커지고 있다. 디렉터의 신뢰도는 곧 게임에 대한 신뢰도 지표가 되었다. 예전에는 그래픽이 얼마나 좋냐, 게임에 돈이 얼마나 들어갔냐가 게임 흥행의 지표가 되었다면, 요즘에는 어떤 디렉터가 총괄하냐를 보며 게임을 선택하는 게이머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카카오게임사가 퍼블리싱하고 있는 '우마무스메'의 대규모 환불사태를 보면 투명한 소통과 디렉터의 유무가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물론 퍼블리셔와 개발사는 포지션이 달라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지만, 문제의 원인을 양지로 가지고 나와 유저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똑똑해져가고 있으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fbxGBObKH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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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9. 10 채드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