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떠나기로 했습니다. 제주도로.
사실, 무모한 결정이었다.
내가 지금 한 달에 자유로이 쓸 수 있는 돈은 30만원 남짓.
그 돈으로 여행이라니.
그러나 나는 이직을 앞두고 여행을 가겠다고,
같이 갈 거냐고 묻는 친구의 물음에 늘 그랬듯이 잘 다녀오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어디론가 당장 떠나고 싶었다.
그래야 숨이 쉬어질 것 같았다.
나는 친구에게 같이 간다는 답을 보냈다.
친구의 휴가일이 시작되기, 그러니까 제주도로 떠나기 하루 전이었다.
검색을 통해 가장 저렴한 항공편을 알아보았고,
항공편과 숙소를 15만원 선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토요일 저녁에 가서 화요일 점심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원래 나와 내 친구들은 여행할 때
우리가 갈 행선지, 숙소, 밥 먹을 식당을 포함해
첫째 날은 어디 어디를 갈 것이고, 둘째 날은 어디 어디를 갈지
다 정해놓고 여행하는 편이었다.
우리끼리 우스갯 소리로 무슨 태릉 훈련하는 것 같다 할 정도로 최선을 다해 놀고 오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는 더 특별했던 것 같다.
계획은커녕 토요일 저녁, 짧은 비행을 마치고 숙소에 누워
졸린 눈을 비비며 우리 내일 어디 가지? 하며 고민했으니.
결과적으로 보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여행이었다.
하루 전 예약할 수 있는 + 저렴한 호텔을 찾다보니,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은 우리 숙소와 아예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었고,
우리의 이동 수단이 버스, 택시인 것을 감안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곳을 빼고 정하다 보니, 우리는 여행하는 내내 우리 이제 어디 가지? 하는 물음뿐이었다.
물가가 비싼 제주도다 보니 나는 남은 3 ~ 4만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했고,
제일 야속했던 건, 우리가 왔을 때는 추움 + 바닷바람 + 폭설로 인해,
잔뜩 춥고 먹구름끼고 안 좋았던 날씨가 우리가 가는 날 아침, 거짓말처럼 맑아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있는 내내 화가 나 철썩대던 파도도 우리가 간다고 하니 잠잠한 예쁜 얼굴을 내보였다.
그렇지만 나는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제주도 여행을 택할 것이다.
제주도 특유의 그 여유로움.
현실을 떠났다는 해방감.
어딜 가도 보이는 신선한 바다.
이번 여행 테마는 먹 여행이다라고 지칭했을 만큼 여러 가지를 먹었던 디저트.
내가 주구장창 먹고 싶어 했던, 정말 비쌌지만 그만큼 맛있었던 해물 라면.
무서운 비주얼에 무언가 동심 파괴였지만 아주 귀여운 인형을 얻을 수 있었던 테디베어 박물관.
향긋한 냄새에 내가 좋아하는 티를 살 수 있었던 오설록 티 뮤지엄.
그 외에, 그래도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
사진은 또 얼마나 많이 찍었는지.
들뜬 마음으로 미리 골라놓은 옷들을 입고서 그게 얇아 추위에 떨면서도
나는 많이 웃었다.
뭔가 현실이 많이 첨가가 된,
한 겨울 날의 꿈같았던 여행이랄까.
자주는 하지 못할 짓이지만
칭찬한다.
그 기억으로 또 하루, 오늘을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이소서 #에세이 #여행 #감성글
2025. 0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