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 그저 글이 이끄시는 대로,
00 : 그저 글이 이끄시는 대로,
나는 어른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살려달라 빌어본 적이 없다.
뭐 건강하게 해달라거나, 부자가 되게 해달라거나, 그런 것들.
늘 내 소원은 하나였다.
제발, 나 좀 죽여달라는. 매일을 애원했다.
12살 그 때부터?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였는지도 모른다.
초등학생때부터는 한강에서 죽는 게 꿈이었고,
어른이 되서는 돈을 모아 스위스에 가는 게 꿈이었다.
스위스에 있는 안락사 병원.
그곳에서 안락사를 할 수 있는 비용을 마련할 때까지만 내 비천한 숨을 죽이는 것.
어쩌면, 나는 내내 너무 살고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
엄마도, 아빠도, 동생들도, 내 꿈도, 내 삶도, 나도,
아니 이 세상마저.
내겐 드라마가 있었으니까.
형벌같은 내 삶 속에서 드라마는 내 모든 것이니까.
아무리 하염없는 슬픔을 삭여도 나는 알았다.
이 세상은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걸.
아무리 거짓말같은 밤을 만나도 나는 알았다.
삶은 너무도 견고한 가능성들이라고.
이 얼마나 무수한 것들이 고요히 빛나고 있는가.
매일 밤 울지도 못하고 앓았다.
현실은 요요히
이만하면 되었다 말하는데,
이쯤이면 싫어지는 게 당연하다 하는데,
나는 도무지 닳아없어지지를 않고.
여전히 꿈은 내 사랑이니,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
끝이 없는 어둠에 갇혀도,
문이 없는 그곳을 여즉 지겹게 헤매어도,
하릴 없는 세상의 미움을 받아도,
아, 내가 사랑한 건 오직 꿈이라.
나의 꿈에는 오직 세상뿐이여라.
세상에는 그 모든 게 담겨있었으니.
이 애송이의 마음이 쓸데없이 진심이었던게지.
쓸모없이 자신했던가.
마음을 주지 않을거라고.
나 오직, 별 하나뿐 헤매이는 것이라고.
하필이면 내가 제일 사랑한 것이 세상이었고,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
사랑하고 보니 너무도 큰 마음이었다.
타 죽을지 알면서도 전등에 뛰어드는 이름 모를 벌레같다 여겼으니,
가장 뜨겁게 타오를 황홀경일지 속단했던 탓.
결국에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탓하지 못해
또 나를 괴롭히고 마는 것이다.
내가 모자라서, 내가 부족해서,
내 팔자가 기구하니, 어쩔 수 없다
내 그릇이 여기까지라, 내가 한심해,
아, 이 모든 게 내가 불길해서.
아, 그 드라마라 이름 붙인 것이 그리도 어여뻤던 탓,
그것이 하필 내 엄마였고, 내 아빠였고, 내 형제였고,
어느 날은 내 친구였고, 선생님이었으며,
아주 어느 날은 기약 없이 애틋한 연인이 되주었던 탓.
드라마는 내가 유일하게 욕심낸 야망이었다.
현실은 호젓이, 욕심은 단념하는 거라 일러주었거늘
꿈은 이루려 꾸는 것이 아니었나.
이 미약한 삶은 모두 내 유서로 쓰여졌다.
그렇다면, 내가 서 있는 지금은 내 무덤인가.
밤은 새까맣게 짙어만 가고,
나는 아직 그곳에, 찢겨져 기억하니,
할딱할딱, 죽은 숨 내밭으며.
나는 그곳에서 죽어야 했나, 죽여야 했나.
걱정하지 마라.
나는 곧, 아사한채로 잊혀질 것이다.
세상에, 사람에, 아아 사랑에 허기진채로 괴사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숙명 아니었나.
나 또한 그의 십자가를 진 죽음, 아니던가.
아, 내 이름은 무엇인가.
내가 마지막까지 말했어야 하는 한줄은, 어떤 것이었나.
#감성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