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평가포럼을 읽고
얼마 전 전남대에서 열린 5.18학회에서 성균관대 이국배는 ‘5.18 민주화 운동은 상상의 민주주의를 위한 항거’였으며, ‘그 상상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오늘도 진행형’이라고 했다. 이어진 논문의 전개에서 상상에 의한 기억, 즉 “미래에 대한 기억”(발터 벤야민: 기억의 정치학) 개념을 언급했다. “기억은 지나간 것을 탐색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탐색의 무대이거나 매개물, 매체”(발터 벤야민: 기억의 정치학)임도 덧붙였다.
노무현의 민주주의가 그러하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그리는 ‘통시적 관점’이 국정운영 전반에 깔려있다.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국정철학이었을 테고, 소위 말하는 똑똑한 사람이라야 노무현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30, 고학력, 화이트칼라, 전문직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으며 ‘노무현 바람’이 시작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충분히 수긍이 간다.
통시적인 국정 철학은 정책의 기조로 반영되어 평가 포럼 곳곳에 나타나 있다. 복지 지출에 대해 ‘사회투자 전략’이라 칭하였는데, 복지 지출을 통해 국민의 삶을 더욱 각별히 돌보는 것이 미래의 추가적인 국가 예산 지출을 줄이는 선제적 조치라는 걸 인지한 정책이고 명명이었다고 본다. 또 핵심공약은 그 시대의 역사적 과제와 시대정신을 응축한 것이라며,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 ‘떳떳한 국민, 당당한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현재 해야 할 일들을 참여정부는 진행했다.
노무현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냈다. 노무현 이전까지의 정치는 삼김으로 대표되는 가부장적 리더십의 정치였다. 삼김 중 양김은 대통령이 되었으나, 삼당합당과 DJP연합이라는 변칙적 방법을 통해 권좌에 올랐다. 그러나 노무현은 세력이 없는 가운데 개인의 역량과 시대적 요구를 안고 대통령이 되었다. 노무현의 자산은 대안을 조직하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합리적 개혁 세력의 기대와 열망’ 뿐이었다.
노무현의 민주주의는 '미래에 대한 기억'이다. 그가 꿈꾼 민주주의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는 삶을 통해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선명한 이상을 남겼다.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기억을 남긴 것이다. 나아가 미래를 예측의 영역에서 의지의 영역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퇴행을 겪고 있다. 미래에 대한 기억을 가진 시민의 의지와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