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이야기
서점에 가서 집어 드는 여행 수필은 보통 색다른 얘기가 담긴 것들이다. 1년 동안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거나 외국 어느 동네에서 몇 달간 살아봤다거나 하는 얘기들.
언젠가 여행책을 낸다면 그런 얘기들을 담아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가라치코 같은 마을에서 서너 달 유유자적 보내며 만났던 사람들과 시간과 풍경의 이야기들을 감성감성하게 그려낸 그런 책을 쓰고픈 로망이 있었다.
로망은 로망일 뿐이었다. 나피디님께서 나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꿈에서 들었던 얘기가 현실에서도 들리지 않는 한.
그래도 여행은 갈 수 있고, 수필도 쓸 수 있고, 책도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3달은 못 살아도 3일은 살 수 있고, 대형서점 매대를 가득 채운 240페이지짜리 책은 못 만들어도 지인들과 공유할 40페이지짜리 책은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왠지 부모님과의 여행이 좋을 것 같았다. 두 번째 이야기가 또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빠, 엄마와 셋이서만 처음 가 본 여행이 담백한 여운을 남겨주었고 그 얘기를 첫 번째 독립출판 도전에 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