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와 하노이 3박5일 _ 01
백수가 된 지 1개월쯤 됐을 때였다. 이런저런 생각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쉬고 있던 터에 추석을 맞았다. 처음에는 부모님 걱정하실까봐 회사 나왔다는 얘기는 안 하고 있었는데 결국은 털어놓게 됐다. 당연히 왜 그랬냐는 반응이셨지만 크게 나무라지는 않으셨다. 원래 그러셨다. 뒤에서 잠 못 이루실 지언 정 앞에서는 크게 내색 않으시는 편이었다.
대책 없이 그만둔 한심한 아들 얘기도 지나가고 여행이 화두에 올랐다. 작년에 아빠 칠순 선물로 두 분을 대만 여행 보내드렸던 게 내심 좋으셨던 것 같았다. 올해도 어디 좀 갔다 오면 좋겠다는 얘기에 베트남도 괜찮겠다고 던졌다. 그리고 덥석 무셨다.
아내랑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갔다 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여름에 도망치듯 하노이로 떠났었다. 아내가 특히 힘들었던 시기였는데, 어디 싸게 나온 비행기 없나 알아보다가 급 결정하게 됐었다. 7월에 하노이라니. 그렇게 더울 줄 알았으면 기를 쓰고 다른 곳을 알아봤겠지. 땀을 한 바가지씩 쏟으며 다녔지만 싸고 맛난 음식들과 달큰 시원한 커피에 만족한 여행이었다.
아빠는 일단 싼 물가가 마음에 들었다. 큰 돈 들여 여행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으니 충분히 아빠 취향이었다. 어딜 가도 시장 골목 먹거리들이 최고 애정하는 아이템인 분이었다. 게다가 10월 말에서 11월 정도면 더위도 한 풀 꺾이는 때였다. 엄마도 나쁘지 않다고 한 표를 던졌다. 그리고 나도 끼게 됐다. 어차피 놀고 있으니 한 번 갔다 와본 김에 가이드하면 좋겠다는 명목 하에.
하노이 골목이 워낙 복잡한데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이라 부모님 두 분만 가시는 게 좀 걱정스럽기는 했다. 패키지여행을 가실까 싶기도 했는데, 패키지 가이드에게 내는 돈을 아들한테 준다 생각할 테니 내가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제일 먼저 이 아이디어를 낸 건 아내였고, 부모님은 대찬성이셨다. 그렇게 뜬금없이 부모님 모시고 여행 가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