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떠난다는데 걱정이 하나 가득

아빠 엄마와 하노이 3박5일 _ 02

by 별연못

걱정이었다. 원래 난 그닥 계획을 충실히 세우는 여행 스타일이 아니었다. 발 닿는 대로 걷고 보이는 대로 먹는 편이었는데, 요즘 들어 오래 걷는 게 쉽지 않은 아빠를 그렇게 뺑뺑이 돌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여행계획에 일가견이 있으신 아내님의 도움을 받으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항공권, 호텔 등을 예약하고, 구글 번역으로 영어 메일을 써서 호텔에 공항 픽업도 신청했다. (번역기 만세! 완벽하지 않아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사진도 걱정이었다. 이렇게 여행이라도 갔을 때 부모님 사진을 많이 남겨놓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평소 난 카메라와 거리가 멀었다. 고이 모셔두었던 카메라를 꺼내고는 어찌 할 줄을 몰라 그저 글로 사진을 배우며 시간을 보냈다. 카메라 살 때 들어있던 안내책자와 블로그를 몇 개 뒤져보면서. 정작 밖에 나가 찍을 생각은 왜 안 했던 건지. 여행 가서 이틀이 지난 뒤에야 카메라 색깔이 노랗게 치우쳐있다는 걸 발견했다. 쩝-


여행 동선과 날씨 등도 걱정이었지만, 메인 걱정은 엄마 아빠와 3일이 넘는 시간 내내 같이 있으면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하는 것이었다. 평소 친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얘기를 잘 나누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뒤늦은 백수 상태가 괜시리 스스로 찔렸던 것 같다. 그렇게 순간순간 불안이 엄습하는 시간들이 지나갔다. 여행 준비가 기대 아닌 긴장으로 가득한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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