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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Aug 12. 2021

부캐도 브랜딩이 필요한가요?

사이드프로젝트를 위한 부캐 만들기





부캐를 키우는 방법



사이드 프로젝트는 당신의 부캐가 여러가지를 시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 부캐는 캘리그라퍼입니다. 스스로는 '한글 디자이너'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영문보다는 한글을 주로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인데요. 사실 영어는 어떻게 써도 참 이뻐보이는 매력이 있는 반면, 한글은 그보다 조금 까다롭습니다. 자음과 모음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한글은 조금만 다르게 써도 균형이 깨져서 '못 쓴 글씨'가 되거든요. 좋아하는 책의 문장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 손글씨를 시작했고, 글씨를 쓰다보니 한글이 더 좋아졌습니다.


부캐로 활동하며 가장 뿌듯한 순간을 꼽자면 바로 제가 의도한대로 사람들이 글자에 대한 감정을 느낄 때입니다. 위로가 필요한 날 제 글씨를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듭니다. 처음엔 단순히 좋아하는 책의 문구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 시작한 손글씨인데 점점 몰입하다보니 흥미로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커진 것이죠.


실력 있는 캘리그라퍼는 정말 많습니다.(어쩐지 우리 나라는 재능이 많은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노래, 춤 등등...) 그 틈바구니 속에서 저는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한 연습을 계속 했습니다. 저는 따로 캘리그라피 수업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사실 저는 혼자 배우고 깨닫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물론, 어떤 공식이나 이해가 필요한 코딩같은건 교육을 받아야겠지만 글씨는 제 감정을 담아서 쓰는 것이기에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습니다. 대신 유명한 캘리그라퍼나 좋아보이는 글씨들을 무작정 따라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 글씨와 어떤 점이 다른지 비교해보고 이렇게 저렇게 글자 모양을 바꿔가며 써보았습니다.


그렇게 글자에 집착하다보니 왜 영어는 어떻게 써도 예쁜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예정에 없던 타이포그래피 역사에 관한 책들을 무작정 찾아 읽었습니다. 타이포 관련 전시가 있다면 방문하기도 하고 한글과 어떤 점이 다른지 계속 고민해나갔습니다. 다양한 한글과 영문 폰트들을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것들은 직접 구매하기도 하며 글자를 이해하기 위해 깊게 파고 들었습니다.


글자에 대한 이해가 생기자 표현하는 방법은 조금 더 쉬워졌습니다. 글자의 균형을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감각'이 조금 체득 된 것입니다. 이젠 욕심이 조금 더 생겼습니다. 바로 내가 느낀 감정을 글자에 담고, 이 글자를 본 사람들이 같은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슬픈 노래 가사인데 경쾌한 글씨라면 보는 사람으로선 꽤 이질감이 들기 때문이죠. 붓펜, 볼펜, 색연필, 아크릴 물감, 나무젓가락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글씨를 '그리듯이' 표현하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걸로도 글씨를 쓴단 말이야? 하는 의외성이 효과적인 작업물을 만들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글자를 종이 위에만 머물게 하는게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엽서를 만들어보았고 그 다음은 달력, 부모님께 드릴 용돈 봉투 등을 만들었습니다. 재료는 점점 더 다양해졌습니다. 우연히 아크릴 레이저 커팅 기술을 접한 후 저는 이 기술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아크릴과 나무에 제가 쓴 글씨 도안이 새겨지는 것이 꽤 흥분되었다고나 할까요. 마치 종이인형이 실제 걸어다니는 인형으로 살아난 기분이었습니다.


처음엔 조카에게 선물해주기 위해 아크릴 네임택을 만들었는데, 그게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조금씩 판매도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하나를 만들고 나니 다른 아이디어가 샘솟았습니다. 이렇게 한 가지에서 시작한 관심사가 연관된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예기치 못한 분야와 만나게 될 때 여러분들의 부캐 스킬은 급격히 성장합니다.


이를 위해 틈틈히 리서치나 관련 작업을 많이 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을 매일 조금씩 확장해나가는 기분으로 말이죠. 이런 작지만 꾸준한 습관이 부캐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력적인 부캐로 브랜딩하기



부캐의 성장 배경은 바로 '브랜딩'의 바탕이 됩니다. 제 경우는 캘리그라피처럼 디자인의 영역이기에 다른 분야에 따라 적용 방법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맥락은 비슷하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어떤 작품을 볼 때 그 아티스트의 이름을 보지 않고도 '이 사람이구나!' 하고 알아챌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장 인테리어만 보고도 (간판을 보지 않은 채) 여긴 나이키네! 젠틀몬스터네! 하고 알 수 있습니다.


부캐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부캐의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스타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스타일은 작업 형식이 될 수 있고, 일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아 이런 느낌의 글씨를 잘 표현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하고 사람들이 저를 찾아준다면 그것은 제 부캐의 브랜딩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부캐를 독특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제 시그니처 필체와 사용하는 컬러, 글자 배치 및 구성을 그 요소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엔 일하는 방식도 포함됩니다. 부캐가 성장해서 수익이 있는 일을 하게 된다면 클라이언트와 좋은 관계 유지도 꽤 중요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직장인으로서 쌓인, 소위 짬이 발현되기도 합니다)


여러분들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졌다면 결과물을 부캐 전용의 SNS에 작업물을 꾸준히 포스팅합니다. 이 때 제 작업들이 아닌 상관없는 개인 사진이나 제가 먹은 점심 사진이 올라온다면 팔로워들은 이내 '팔로우끊기'를 할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제 캘리그라피 작업을 보기 위해 SNS를 팔로우한 것이기 때문이죠. 부캐의 브랜딩과 상관없는 사진과 텍스트들은 부캐의 브랜딩을 약하게 만듭니다.(너무 미인이거나 미남이면 또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웃음)


저도 처음부터 제 스타일을 바로 찾았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엔 정말 그냥 '중구난방' 그 자체였습니다. 하루는 서예같은 글씨를 쓰고, 하루는 귀여운 글씨를 쓰고 또 하루는 영문 캘리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저는 저만의 스타일을 조금씩 좁혀나갔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브랜드의 일관성에 열광합니다. 만약 여러분 중 드로잉 작가가 부캐인 분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하루는 초상화, 하루는 풍경 그리고 하루는 만화를 그리는 것은 브랜딩에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피드에서 여러분들의 작업을 보고 아! 이건 000이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체, 컬러, 도구 등 여러분들을 유니크하게 만드는 것들을 찾고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보세요. 그렇다면 나중에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고 확장하는 것이 훨씬 더 쉽게 느껴지거든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아직까지 부캐 브랜딩을 열심히 해 나가는 중입니다(머쓱타드). 저는 여전히 제 캘리그라피 작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 싶은지를 늘 고민합니다. 우스갯소리로 글씨를 쓰기 위한 준비물을 저는 '충만한 감성'이라고 말하는데요. 다른 부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캘리그라퍼이기 때문에 글씨가 그 감성을 전달하는 표현 방식 중 하나인 것이죠.


여러분들의 부캐가 작가라면 텍스트로, 드로잉 작가라면 그림으로, 노래를 부르는 분이라면 목소리로. 다양한 방식이지만 결국 여러분들의 이야기가 담긴 '감성'이 그 컨텐츠라고 생각합니다.


화분에 물과 관심을 주면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나듯, 여러분의 부캐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보세요. 

어느덧 몰라보게 성장한 여러분의 부캐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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