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Z세대 용어 이해하기라는 주제의 방송을 본 적이 있습니다. 꼭 Z세대가 아니더라도, 말줄임은 어느 세대에나 있어왔는데요. 사회 변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요즘, 용어 또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다양한 분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죠.
방송에선 이젠 누구나 아는 킹받네 부터 해서 많관부, 핑프 등 Z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용어 소개가 방송에서 이어졌는데요. 그 방송을 잠깐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윗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많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아무래도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기에 요즘 세대들의 취향과 마음을 붙잡는 것이 중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새롭게 나타나는 세대들에 의해서만 사회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죠. 일방적 이해가 아닌 전 세대가 서로를 향해 ‘다름’을 이해하는 시도가 꾸준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윗세대가 Z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듯, Z세대 또한 윗세대들의 사고와 삶의 방식을 '꼰대'로 취급하기보다 그들이 살아온 사회 환경과 시대를 바라보려고 해야 하는 것이죠.
사실 세대 간 차이와 갈등은 인류 역사가 시작한 이래로 늘 존재했던 문제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시작된 사회 변화에 따라 각 세대는 각기 다른 경험을 하고, 가치관을 쌓아갔으니까요. 유독 Z세대가 더욱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제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사회의 변화 흐름이 예전보다 훨씬 더 가속화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팬데믹, sns 열풍,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영향력 확대 등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 아주 빠르고 광범위하게 우리 삶에 스며든 것이죠. 예전 사회의 모습을 겪지 못했던 Z세대에게는 윗세대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모두 불합리하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M 세대는 회사에서 좀 억울한 일들이 생깁니다. 개인의 시간과 자유를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Z세대에 비해 예전 사회생활 문화가 어느 정도 습득된 M세대는 ‘필요하다면 회사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일까요, 30대 중반의 M세대인 저는 가끔 '낀 세대'가 된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부사수를 가르쳐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꼰대라고 보일까 봐 , 혹은 쿨하지 못한 사람으로 비칠까 봐 말이죠. 피드백을 줄 때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예전에 내가 상사에게 받았던 것처럼 똑같이 해도 될지ㅡ 머리가 복잡해지곤 합니다. 제 동료 중엔 아예 불씨를 만들지 않기 위해 별다른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고도 해요.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알아서 일을 하고 적응해가면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어찌 됐건 회사에서 주는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기에 각자가 맡은 일을 해내야 합니다. 월급에는 단순히 담당하는 '프로젝트 일'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사수라면 부사수에게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고, 부사수는 조직 분위기와 프로세스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모두 '월급'에 포함된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세대 간 갈등 없이 깔끔하게 의도만 전할 수 있을까요?
낀 세대가 된 중간관리자, 당신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전합니다.
제가 신입인 시절, 그때 사수셨던 분이 저를 회의에 자주 데려가셨는데요. 실제로 제가 일을 하거나 어떤 의견을 자리에서 내기 위함이 아닌, '업무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회의 참석을 통해 저는 회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는데요. 회의가 끝나면 사수님이 제게 '아까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때?' 하고 물어보실 때 꽤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신나게 제 의견을 이야기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사수님과 의견을 주고받고, 제가 부족했던 부분과 사고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팀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이런 이런 일들이 지금 진행 중이다라는 업무 공유도 간략하게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신입 때는 메인으로 맡는 업무가 잘 없다 보니, 성과와 보람을 느끼기 쉽지 않은데 이런 부분을 사수가 잘 챙겨주었죠.
덕분에 프로젝트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마치 제가 '담당자'가 된 것 같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수 나이가 되어보니,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는데요. 업무에 치이다 보면 부사수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부사수는 언젠간 제 일을 대신할 사람입니다. 제가 잘 알려주고, 그 사람의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살짝만 가이드를 해준다면 분명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일 잘러로 성장할 겁니다.
회사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지켜야 할 규칙들도 있기 마련이죠. 신입들은 이런 규칙들을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따라서 사수라면 부사수에게 회사에서 지켜야 할 업무 프로세스나, 규칙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사실 예전엔 다들 각자 일하기 바쁘니 신입은 '알아서' '찾아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요. 요즘 친구들은 효율적인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알려주지도 않은걸 '알아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고요. 이 친구들은 잘 알려주면 거기에 맞춰 굉장히 빠르게 움직입니다. 마감일, 해야 할 일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알려주고, 그 외 더 깊이 파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자유롭게 생각을 정리 또는 확장해보라'라고 알려주면 됩니다.
오로지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만 회사에 다니는 Z세대는 없습니다. 평생직장에 대한 개념 또한 사라진 지 오래죠. 예전엔 취업을 하기 위한 스펙 쌓기만 중요시되었다면 요즘은 '평생 스펙 쌓기'가 중요해진 시기입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 계발'을 꾸준히 하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이런 부분을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캐를 발전시키는 것도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것이 아닌, 정말 열정적으로 열심히 사는구나! 하고 바라봐주어야 하는 것이죠.
사내 교육 제도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좋은 교육이 있다면 권장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제가 사회초년생일 때 사내 교육을 듣는 것이 가끔은 눈치 보일 때가 있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사내 교육은 '적극 권장'해야 하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부사수에게 필요한 교육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리고 교육 후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준다면, 더욱 뿌듯해할 겁니다.
사람은 모두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Z세대도 마찬가지죠. 시간이 된다면 공식적인 피드백을 주기적으로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긍정적인 피드백이라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아무리 소소한 것이라도 내가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인정받고 싶은 게 Z세대들인데요. 이런 공식적인 피드백은 이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보람을 못 느낄 때 '위로의 한마디'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피드백도 필요합니다. 이때 부정적인 피드백은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개인적인 자리에서 해야 합니다. 좋은 부분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로 말이죠. 다짜고짜 왜 이렇게 밖에 안 되냐, 문서가 왜 이러냐, 월급 받고 제대로 안 할 거냐 하는 막무가내 식 피드백은 반감만 불러일으킵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할 때는 이유가 포함된 '설득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자 이제, Z세대들이 회사에 적응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도 알려드릴게요.
낀 세대만 노력한다고 해서 회사 문화 전체가 바뀌진 않으니까 말이죠.
당신이 상사가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어찌 됐건 상사는 상사입니다. 여러분보다 더 오래 회사에서 일을 했고 더 많은 시간을 현업에서 보낸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개인적인 성향이 별로인 사람이더라도, 일잘러일 수 있는 것이죠. 회사에 이제 막 입사한 여러분은 이런 사람들에게 업무의 노하우와 피드백을 모두 뽑아내야 합니다.
좋은 대답을 얻기 위해선 '좋은 질문' 또한 필수적이죠. 혼자 끙끙대고 있는 것보다, 다양한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사수와 공유하고 피드백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수가 지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처'들이 여러분을 성장시키는 힘이 됩니다. 저 또한 사회 초년생 때는 꽤 신랄한 비판을 들으며 버텼는데요. 그땐 참 상처가 되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가시 같은 말들이 오히려 저를 업무적으로 성장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닌가 봅니다. 업무와 회사 생활에 궁금한 게 있다면 물어보고, 업무 진행 중 중간 공유도 하면서 최대한 여러분의 일에 사수를 개입시키세요.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성장할수록 여러분도 '사수'가 될 기회가 더 많아지니까요.
예전엔 상사가 퇴근하지 않으면 눈치를 보는 일이 허다했는데요. 요즘은 그렇지가 않죠. 본인 업무를 끝냈다면 칼퇴하는 것이 당연해졌습니다. 사실 이게 맞는 방향이죠. 하지만 당당한 권리를 요구하기 전, 책임감 있는 업무 마무리는 필수입니다.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퇴근 시간이 되었으니 난 가야겠소- 하는 것은 프로페셔널한 일잘러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프로젝트 마감 상 오늘 꼭 마무리를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야근을 좀 더 하더라도 마무리를 지어야 합니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보상으로 여러분의 노고를 보답받을 테니까요.
최근 대기업의 부장이 된 선배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요즘 최대한 혼자 밥 먹고 커피 마시며, 혼자 있으려고 한다고 하더군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사실 밥을 같이 먹을 때 밥만 먹기가 영 어색해 무언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요즘 친구들은 주말에 뭐했냐거나, 여자 친구는 잘 만나냐 등의 사적인 주제는 싫어하니 딱히 할 이야기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저는 제 무릎을 탁! 쳤는데요. M세대와 윗세대는 정말 상대방이 뭐했는지, 주말에 뭘 먹었는지 궁금해서 질문을 던진다기보다, 그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하나의 주제’로 생각했다는 것이죠. 핫플을 다니는 사수라면 '얼마 전 다녀온 시몬스 팝업스토어 너무 좋던데! 한번 가봐요! 혹은 '새로 생긴 그 카페 가봤어요? 어때요? '하는 식으로 질문을 해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나이 많으신 분들은 핫플이니, 요즘 유행하는 것들이니에 대해서 크게 관심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부동산, 교육에 관심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젊은 친구들처럼 자유롭게 노는 삶보단 가족과 육아에 포커싱 되어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화 주제가 계속 '주말에 뭐했니, 어제 뭐했니, 연애는 어떻니' 하는 한정적인 소재에 갇혀버리고 마는 것이죠.
오히려 역으로, Z세대인 여러분들이 요즘 친구들의 이야기 혹은 요즘 뜨는 맛집 등에 대해서 먼저 주제를 던져보는 건 어떨까요? 저 또한 막내가 가끔 이야기해주는 '요즘 핫플, 요즘 뜨는 밈' 등을 보여주면 '오오~' 하고 관심을 갖게 되거든요.
M세대와 윗세대는 Z세대를 '참을성이 부족하다'라고 보거나 '개인주의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반대로 Z세대는 윗세대가 하는 말은 모두 꼰대!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똑같이 그런 말들이 세대 간에 오갔던 것 같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세대는 부모님 세대에게 '인내심이 없어!'라고 했을 것이고, 부모님 세대는 이제 저희에게 '요즘 친구들 참 당당하네~' 하는 것이죠. 가까운 미래에 Z세대는 그다음 세대에게 '꼰대'소리를 듣게 되겠죠.
시대가 변하면 사람들의 가치관과 행동양식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변화 흐름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서로의 갈등과 오해를 줄이고 풀기 위한 나름의 '커뮤니케이션 해법'을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X세대, M세대, Z세대는 각기 살아간 시대만 다를 뿐 모두 한 시대를 지나가는 세대임은 같으니까요. 그러니 너무 아웅다웅! 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