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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Oct 01. 2020

프롤로그 - 우리는 왜 사이드잡을 찾아야할까

프로 딴짓러 직장인의 오프생활



어쩌다 보니 소소한 사이드허슬러가 된 게임 기획자의 이야기. 




본캐와 부캐가 공존하는 시대


 본캐와 부캐, 사이드 허슬러가 핫합니다. 사이드 허슬러는 실리콘 밸리에서 쓰는 용어라고 하죠. 자기 미래를 위해 회사 밖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또는 본업 이외의 부업으로 수입을 얻는 사람들을 말하기도 하죠. 그러나 저는 사이드 허슬러가 꼭 '본업 이외의 수단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드 허슬러는 단순히 '돈을 더 버는 일'을 넘어 자신의 욕망을 근본적으로 찾아나가려는 사람들이니까요.


 부모님 세대만 해도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확실했습니다. 일을 하는 이유도 명확했죠. 자아실현보다는 '생계'에 더 무게가 실려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요즘은 연령에 따라 각 삶의 단계로 진입했던 예전 주기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삶의 행태는 다양해지고 평균수명은 길어졌죠. 우리는 이 길고 긴 시간을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합니다




일은 일일 뿐이야


 직장을 얻을 때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은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친구들이랑 회사를 왜 다니냐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로 '다음달 카드값 때문'이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요. 대다수 사람들에게 직장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그 기본조건을 토대로 안정성, 수익성 그리고 적성, 흥미 등 여러가지 항목들이 플러스 마이너스 되는 것이죠.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3년, 6년, 9년 이렇게 홀수단위로 위기가 찾아오는데요. 저 또한 그랬습니다. 회사와 저를 동일시하여 제 모든 에너지를 회사 일에 쏟아부었죠. 그렇게 일을 하다보니 어느날 번아웃(탈진 증후군)이 찾아오더군요. 퓨즈가 끊긴 것처럼 생각회로가 파팍- 하고 멈춰버렸습니다.


 밤 늦게 퇴근해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면 늘 씻고 눕기 바빴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가 쌓이고 한달, 1년 그리고 몇 년이 흐를수록 저는 정말 열심히 일을 하는데 왜인지 모르게 점점 멍청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회사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가 두어번 생기고 나니 도대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죠. 분명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왜 이 일은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일까? 왜 나는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기 어려운 것일까? 그 고민에 오랜 시간 빠져 있던 때가 있습니다. 


 이때 나름의 해답을 찾은 계기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나'에서 '일 자체'로 바꾼 것이었습니다. 회사는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주어진 업무를 효율적으로 마쳐야 하는 곳이였습니다. 회사 일을 하는 것이 자기계발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저는 그 때 깨달았습니다. 


 



돈과 사이드프로젝트



사실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돈을 버는 수단이 되면 괴롭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거창하게 '이걸 사이드프로젝트로 시작해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진 않았는데요. 20대때 저는 남들보다 뒤쳐지면 안된다는 조바심에, 달리는 기차의 앞칸에 타서 정면만 보며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러다보니 옆으로 지나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는 삶을 살고 있었죠. 특히, 이미지와 텍스트가 늘 빠르게 지나가고 처리되는 IT업계에 일하다보니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힘이 점차 부족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6년 전 처음 필사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저의 첫 사이드프로젝트였죠. 

 

 책을 읽다 기억하고 싶은 문구나 노래 가사를 손글씨로 옮겨썼습니다. 쓰다보니 제가 느끼는 감정도 그 글씨 안에 담아보고 싶어졌죠. 그렇게 글씨를 그리고, 써나가다보니 이것이 캘리그라피 장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씨를 쓰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기에 마음의 부담도 적었습니다. 저는 잠자기 전 하루 10분-20분, 주말 하루 한두시간 정도씩 투자했는데요.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도, 어떤 성과를 내야 하는 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일도 아니었기에 이 시간은 저에게 꽤 큰 삶의 동력이 되었습니다.  바로 오롯이 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춰왔던 나의 욕구 찾기


 사람들은 저마다 내면의 욕구가 있습니다. 직장에서 채울 수 없는 욕구나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남는 시간에 사부작거리며 하는 '딴짓'이 모이다 보면 자신의 '사이드'가 될 수 있습니다. 삶은 목걸이를 하나 만들어놓고 진주를 하나씩 꿰는 과정이라고 하죠 (최인훈, 광장 중). 이 목걸이에 똑같은 색, 동일한 모양의 진주만 꿰는 건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요?  이런 저런 딴짓으로 하나씩 진주를 꿰다보면 나만의 유니크함이 생길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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