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퇴원하는 날.
3박 4일 동안 모자동실을 겪으며 남편과 나 사이에는
뭐랄까,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전우애 같은 것이 생겼다.
24시간 모자동실의 장점은 현실 육아 미리 체험, 남편과의 육아 궁합 점검 그리고
아가들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것 - 정도가 될 것 같다.
단점은 내 몸 회복이 안된 상태로 잠도 못자고 애기들을 봐야 하기 때문에
컨디션이 빨리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
자칫하면 둘다 예민해져있기 때문에 싸움이 날 수도 있다는 점인 것 같다.
물론 성인군자 같은 상대방이 있다면, 다툼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남편이 퇴원수속을 밟아주는 동안
나는 실밥을 제거하고 몸에 달린 링거를 다 뺀 후
옷을 갈아입으려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 때 마주한 내 배.
바람빠진 풍선마냥 뱃가죽은 늘어져있었고
임신선은 여전히 진했으며
수술 부위는 늘어난 피부 때문에 꽤 길게 보였다.
거울에 비친 수액으로 퉁퉁 부은 얼굴과 다리를 보며 '임신 전으로 돌아갈 수 있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퇴원수속을 마치고 우리는 도망치듯 아산병원을 나와 조리원으로 향했다.
조리원 선생님들을 만나자 마치 구세주를 만난 것 같은 안도감에 휩싸였다.
그렇게 둥이들을 맡기고 첫 날 나와 남편은 저녁도 먹지 않고 무려 13시간을 잤다.
그 동안 병원에서 못 잔 잠을 몰아서 잔 것이다.
생각해보면 잠을 푹 잔건 그 때가 마지막인 듯 하다.
말그대로 조리원은 천국이었다.
때마다 밥과 간식을 챙겨주고 안부도 물어주고
무엇보다 마사지가 정말 최고였다. 퉁퉁 부은 다리와 몸은 마사지 회차를
거듭할수록 쑥쑥 빠졌고 몸무게도 거진 다 회복했다.
출산 후 호르몬 때문인지 감정의 기복이 하루에도 수십번 오르락 내리락 거렸는데
그때마다 조리원 실장님께서 말도 걸어주시고 이야기도 들어주신 덕에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조리원 라이프는 꽤나 바빴다.
아기들 맘마 타임 맞춰서 유축과 직수를 번갈아 하다보면 하루가 금새 지나갔고
이것저것 처리할 서류를 정리하고
미처 준비하지 못한 출산준비물을 주문하고 정리하면
일주일도 쏜살같이 흘러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이제야 조리원에서 여유를 좀 즐겨볼까! 하니
퇴소일이 다가왔다.
집에 가서 어떻게 둥이들을 케어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지만 막상 집에 갈 날이 오니 막막해졌다.
조리원은 천국이기도 했지만 전장에 나가는 장수가 전투를 준비해야 하는 곳이기도 했다.
이때 마지막 대비를 하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가 우왕좌왕하며 눈물 콧물을 쏟아낼지도 모른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고
산책도 마음대로 하고
내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쓸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 조리원.
이제 육아라는 전쟁에서 승리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