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훤,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 시집 중
캘리그라피 채채캘리
캘리에세이 채채
시 이훤
불쑥 찾아오는 예기치 못한 손님처럼
불면증은 때때로 나를 찾아온다.
그 때마다 몸은 너무 피곤하고, 정말 자고 싶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정신은 또렷해진다.
온 몸의 말초신경이 깨어나 파르르 떨고 심장은 제멋대로 뛴다. 밤은 깊어가고 잠은 오지 않으니, 머릿속에 아무렇게나 얽힌 감정의 실타래를 구태여 끄집어 내 이리 저리 풀어보려고 애쓴다.
그렇게 풀어낸 실타래들로 흘러가는 밤 사이를 수놓는다. 그러다 발가락을 꼼질꼼질거리기도 하고 온 몸을 비비적거리기도 하며 밤의 시간을 밀도 있게 느낀다.
가끔은 내가 불면증 상태를 더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꿈을 꾸면 마주하게 될 것들이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탓인지도 모른다.
왜 우리는 가질 수 없는 것들일 수록 왜 더 애타게 갖고 싶어질까. 막상 갖고 보면, 그렇게 빛나보이던 것들도 금방 빛바래 보이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