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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다은 변호사 May 26. 2022

성범죄 무고 처벌 강화에 관한 견해

성범죄





다수의 성범죄 사건을 담당하였고, 관련 사건들의 실무에 누구 못지 않게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최근 화두가 된 성범죄 무고 처벌 강화에 관한 견해를 정리하여 올려본다. 며칠 전 M모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해갔는데, 처벌강화를 찬성하는 여성변호사를 찾기가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실제 다수의 성범죄 사건을 담당한 나의 주변 변호사들은 모두 처벌 강화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 무고는 성립이 매우 어렵고, 인정이 된다면 객관적으로 허위의 사실이라는 것이 명백히 밝혀진 때를 의미한다. 이러한 악덕 고소인은 보호해줄 필요가 없다. 따라서 성범죄 무고를 강하게 처벌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성범죄 무고 처벌 강화를 반대한다는 건 관련 사건을 실제로 다뤄보지 않았으며, 무고가 정확히 어떤 범죄인지 그리고 어떤 때 성립하는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에 기반하여 젠더이슈나 정치적인 견해를 모두 배제하고, 오로지 성범죄 사건을 실제로 담당해온 법조인,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정리해서 올린다.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성범죄 무고를 별도 입법하거나, 현행 무고죄 조항을 개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무고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법조항으로도 판사는 얼마든지 더 강하게 처벌할 수 있다.



따라서 강한 처벌이 필요한 사건인 경우 판사가 이 법을 적용하여 강한 처벌을 하면 되는 것이지, 맘에 안 든다고 법을 즉흥적으로 뜯어 고쳐서는 안 된다. 이는 또 다른 폐단을 낳기 십상이다.



어떠한 범죄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을 때 입법자들은 관련 규정을 제개정하였다. 무조건 강한 처벌을 전제로 법을 손봐왔다. 그러다보니 판사의 재량권을 뺏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이게 과연 옳은 것인가?



실제로 최근에 개정된 성폭법 등을 살펴보면 법정형이 지나치게 높아 죄질에 비해 중한 처벌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벌금형을 선택할 수 없게 하여 무조건 해당 혐의가 인정되기만 하면 죄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징역형만 선고되게 하는 경우이다.



심지어 징역 7년 이상으로 규정된 몇몇 조항은 실제로 헌법소원 청구로 이어지고 있다. 입법자들의 무분별한 법률의 제개정으로 누더기인 법들이 너무나도 많다.



속은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분위기가 흘러가는대로 그때그때 입법을 하면, 결국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받게 되니,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2. 진정한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성범죄 무고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신고를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무고죄는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것이 객관적 사정에 의해 입증된 때에 한하여 성립한다. 간혹 '내가 고소한 사건이 혐의없음이나 무죄가 되면, 나는 무고죄가 되는 거 아닌가.'라며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잘못된 상식이다.



무고죄는 내가 고소한 사건의 처분과는 무관하게, 내가 고소한 사실이 허위인지가 쟁점이다. 누군가를 벌하고자 고의로 허위의 고소나 신고를 한 사람은 보호할 가치가 없다. 따라서 그들의 처벌을 강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진실한 사실로 신고나 고소를 한다면 무고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특히 피의자가 고소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라는 걸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고소 내용이 '허위의 사실'인지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처벌의 수위를 올린다고 하여 무고의 성립의 범위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설령 만취상태로 기억이 희미하다고 할 지라도, 고소인이 그것이 허위의 사실이라는 인식이 없거나 무고의 고의가 없었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악의적으로 고소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무고를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성범죄 무고로 기소되고 유죄가 인정되는 건 거의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 실제 무고죄가 인정된 케이스를 들어 보자. A는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택시운전사 B와 언쟁을 하게 되었다. A는 화가 나 택시 안에서 강제추행을 당하였다며 B를 처벌해 달라고 고소했다. B는 택시 실내 블랙박스 영상을 증거로 제출하며 자신이 A를 추행한 사실이 없음을 입증하였고,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반면 A에게는 무고죄가 인정되었다.



만약 B가 실내 블랙박스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물론 혐의없음 처분이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증거가 없었다면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후자의 확률이나 위험의 측면에서 훨씬 높다.



여타 범죄의 비해 성범죄는 혐의를 벗기 쉽지 않고, 한 번 전과가 생기면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또한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만으로 가정이 파탄나거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무고 전과는 성범죄 전과와 다르다. 성립할 가능성 역시 매우 낮으며 설령 전과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그 위험이 성범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최근 성범죄에 한하여 무고죄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는 것은 성범죄가 객관적인 증거가 부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성범죄는 해당 범죄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성립하는 경우가 많으나, 무고죄는 허위의 사실이라는 객관적 증거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험의 정도에서 어마어마한 차이를 갖는다. 성범죄 무고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이러한 점을 악용한다. 어차피 증거도 없을 테니 일단 성범죄로 고소하고 '아니면 말고' 식이 많다는 거다.



오늘 낮에는 인터뷰를 위해 최근 6개월치 강제추행/강간/통매음/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무고죄 하급심 판결문을 찾아봤는데, 그 과정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와 합의를 하였는지가 최대 쟁점이다. 그러나 무고죄의 경우 피무고자와 합의를 하였는지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듯 했다. 예를 들어 징역형만을 선고할 수 있는 강간죄의 경우 피해자와 합의를 하지 않는 경우 실형, 피해자와 합의를 한 경우 집행유예로 예측할 수 있다. (물론 동종전과가 많거나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경우에는 합의를 해도 실형을 면할 수 없다.)



그런데 강간을 당하였다고 무고한 경우(특히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를 나갔다가 성매수자를 강간으로 고소한 경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이유로 (당연히 강간 당한 게 아니라는 객관적 증거가 나왔으니 무고 범행을 인정했겠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아무리 무고의 보호법익이 피무고자와 무관하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피무고자일 텐데, 선처의 이유에 피무고자로부터 용서를 받거나 합의를 하였다는 내용은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도 거의 확인할 수 없었다.



남에게 5만큼의 위험성 있는 짓을 고의로 행하였다면, 적어도 4-5만큼은 자신도 위험을 주어야 한다. 자신이 타인에게 10만큼 공격했다고 하더라도 웬만해서는 0이거나 운이 나쁜 때에 3만큼 해악을 입는 게임이 있다면 공격의 방법으로 이용할 사람이 없겠는가.



진정한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을 더하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허위의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하게 하여야 한다.




3. 성범죄 무고의 성립 범위를 넓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성범죄 무고의 처벌을 강하게 하는 것 말고, 성범죄 무고의 성립 범위를 넓히는 것은 어떨까? 이것이야말로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 짓이므로 지양하여야 마땅하다.



최근 연쇄성범죄자(대전 발바리) 사건을 알게 되었는데, 70건이 넘는 범죄 혐의로 기소가 되었고, 그 피해자는 100명이 넘었다. 그가 이렇게 계속해서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건, 당시 성범죄 피해자인 여성들이 신고를 하기 꺼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같은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70건이 넘는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았다니 말이다.



성범죄 피해자들이 양지로 나와 신고를 하고 고소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피해자들이 신고할 수 있도록 보호해주어야 하고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 보장받도록 하여야 한다.



따라서 허위의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때에도 (허위인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때에도) 함부로 무고죄를 인정한다면, 자신이 입은 성범죄 피해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였을 때를 두려워하며 신고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하면, 무고의 성립범위를 넓힌다면 고소인 입장에서 당연히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자칫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으므로 지양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성범죄 무고의 성립은 현행과 같이 엄격하게 따져야만 한다.




4. 결어



성범죄 무고의 성립은 매우 어렵다. 이러한 상태는 유지하되, 성범죄 무고가 성립하는 경우에 한하여는 현행보다 강하게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이는 법률의 제개정이 아니라 사법부의 판결로 실행되어야 한다.



https://youtu.be/TORXa5Dvp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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