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생으로 취업한 A는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피해자 X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B로부터 속아 현금을 인출하여 A에게 전달하였고, A는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B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B를 검거하지 못하였으나, A는 검거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결국 A는 형사재판에서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서 혐의가 인정되어 처벌을 받았습니다.
수사 및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는 A로부터 피해배상을 전혀 받지 못하였고, 그래서 피해자는 A를 상대로 자신의 피해금액을 배상해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보이스피싱은 현대인에게 더이상 낯선 범죄가 아니지요. 개그콘서트에서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하여 대히트를 쳤던 코너가 2014년도 경 시작이 되었으니, 대중에게 희화화된 시간도 8년이 넘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처벌을 받게 되었다'거나, '보이스 피싱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경찰청이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34,132건에 비해 2022년에는 30,982건으로 전체 건수는 줄어들었으나, 검거율은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 생각에 경찰청이 공개한 통계자료상의 '보이스피싱 발생건수 현황자료'는 전화금융사기로 한정한 것으로 기타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스미싱, 로맨스 스캠 등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금융범죄 피해는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지요.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의 처벌은 '내가 전달하는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무죄가 될 수도 있고, 유죄가 인정되거 강하게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은 정상적인 아르바이트 루트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을 모집하는 조직원 역시 해당 행위가 보이스피싱이라는 점을 최대한 숨기고 사람을 모집하지요. 자칫 해당 행위가 범죄라는 점이 들통나면 사람도 뽑기 전에 자신들의 범죄가 발각될 수도 있을 테니 정상적인 아르바이트라고 속이고 모집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학생이나 당장 아르바이트가 시급한 청년들은 해당 아르바이트가 범죄라고는 생각지 못한 채로 해당 아르바이트에 응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생이 처음부터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임을 알았던 것은 아니더라도 해당 아르바이트를 진행하며, ①회사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하는 절차도 없이 일을 당장 지시한다거나, ②회사 돈을 수거하는 것이라 하는데 회사 계좌로 입금을 하지 않고, 외국인 계좌로 입금을 하라고 하거나, ③가명으로 활동(ex-김미영 팀장)하라고 하는 경우 등 이상한 일들이 발생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이상하다고 인지하면서 상당한 기간동안 반복해서 일을 하였다고 한다면 유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별한 자격이나 경력을 요하지 않으면서,
채용절차가 간단하고 시급/일급이 높은 일자리가 있다면
그 일은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경우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은 보이스피싱(사기)혐의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의 책임도 함께 지게 됩니다.
형사사건에서 합의를 한 경우라면 별도의 민사소송이 진행되는 일은 없겠으나, 합의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부분 피해자 측에서 현금전달책에게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이지요.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은 피해금액의 대부분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전달하고, 그 중 일부 수수료(혹은 일당 10만 원 가량)만을 자신의 몫으로 수령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은 자신이 얻은 이익(실제로 수령한 금원 10만 원)만큼의 책임을 지게 될까요, 아니면 피해자의 피해금액 전부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일까요?
이러한 내용에 대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판결이 나온 내용이 의미가 있어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대법원은 공범 중의 일부는 범행에서 일부분만을 담당한 경우에도 범죄수익 전체에 대해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았으며 이번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에서도 이와 동일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민법
제760조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①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가해자들 전원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함께 평가하여 정하여야 하고, 그 손해배상액에 대하여는 가해자 각자가 그 금액의 전부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며, 가해자의 1인이 다른 가해자에 비하여 불법행위에 가공한 정도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가해자의 책임 범위를 위와 같이 정하여진 손해배상액의 일부로 제한하여 인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다32999 판결 참조
그런데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례는 피해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과실상계의 법리를 적용하여 손해배상 범위를 판단을 하였습니다.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공동불법행위 즉 여러사람이 함께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에 그 가담의 정도에 따라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제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과실상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396조(과실상계)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제763조(준용규정) 제396조의 규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한다.
단순한 부주의라도 그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원인을 이루었다면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실상계를 할 수 있고, 피해자에게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여야 하며, 배상의무자가 피해자의 과실에 관하여 주장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소송자료에 의하여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30113 판결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나, 이는 그러한 사유가 있는 자에게 과실상계의 주장을 허용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기 때문이므로, 불법행위자 중의 일부에게 그러한 사유가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유가 없는 다른 불법행위자까지도 과실상계의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해석할 것은 아니다.
그리고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은, 그와 같은 고의적 불법행위가 영득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과실상계와 같은 책임의 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실상계나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의 제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8561 판결
고의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상대로, 피해자도 과실이 있으니 과실비율대로 배상을 하라고 하면 공평하지 않겠죠. 예를 들어 가해자는 2,000만 원의 이익을 몽땅 가지고 갔는데,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에게 배상금을 깎아준다면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러나 한편으로 고의로 피해자를 속이기까지 한 것은 아닌 경우, 그리고 피해자가 2,000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는 하나 범죄자는 이 행위로 10만 원의 이익만 보았다면, 해당 가해자로부터 2,000만 원을 모두 배상하라고 하는 것이 공평하지 않을 수 있죠. 2,000만 원 가량의 이익을 본 건 다른 범죄자니까요.
결국 법원은, A의 경우에는 공동불법행위자이기는 하나,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기망하는 행위에 가담한 것은 아니었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얻은 이익도 적기 때문에 A에게는 피해자의 과실에 대해 과실상계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 결과 피해자에게는 30%의 과실이 인정되어, 가해자 A에 대해서는 총 피해액 2,000만 원 중 70%의 책임을 지도록 하여, 1,4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보이스피싱은 어떤 사람에게는 전 재산이 달린 범죄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금전적 피해 때문에 운명을 달리하거나 사회적으로 큰 위기에 처하게 되는 등 커다란 해악을 끼치게 되는 범죄입니다.
또 전달책 등은 작은 수수료에 대한 욕심으로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청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조건이 좋은 아르바이트나 큰 액수의 현금의 배달등의 거래는 반드시 의심해보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이미 이러한 사건에 가담하게 된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서 본인의 행위에 비해서 과도한 처벌이나 배상책임을 지지 않도록 대응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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