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준강간치사 사건에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과, 수사기관의 살인죄 적용에 대한 미온적 태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하실 겁니다.
피해자가 추락하게 된 당시 상황에 대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온갖 추측들이 쏟아지고, 가정들이 난무할 수 밖에 없지요.
항간의 이야기들처럼 만약 피의자가 고의로 피해자를 밀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살인죄는 적용할 수 없는 것일까요?
형법
제18조(부작위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
형법 제18조는 자기의 행위로서 위험을 야기한 자는 그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부작위범이라고 하는데요.
쉽게 설명하자면, 법학에서 작위라고 하는것은 특정한 행위를 하는것을 말하고 부작위라는 것은 어떤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어떤 행위를 하지 않는것, 즉 부작위가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세월호 재판에서 법원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범에 대한 판단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작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를 부작위에 의하여 범하는 이른바 부진정 부작위범의 경우에는 보호법익의 주체가 그 법익에 대한 침해위협에 대처할 보호능력이 없고, 부작위행위자에게 그 침해위협으로부터 법익을 보호해 주어야 할 법적 작위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부작위행위자가 그러한 보호적 지위에서 법익침해를 일으키는 사태를 지배하고 있어 그 작위의무의 이행으로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어야 그 부작위로 인한 법익침해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여기서의 작위의무는 법령, 법률행위, 선행행위로 인한 경우는 물론,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인정된다고할 것이다.
(대법원 2015. 11. 12. 전원합의체 판결 2015도6809)
과거에는 법원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에 주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인정했는데요.
세월호 사건에서는 살인의 고의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도 행위전형의 동가치성, 즉 구조행위를 하지 않는것이 살인행위를 직접하는것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경우라면 살인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다만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구조의 의무」가 있어야 하는데요.
그 의무는 법이나 사회적 관계 및 범죄 이전의 행위들에서도 도출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부진정 부작위범의 고의는 반드시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에 대한 목적이나 계획적인 범행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 작위 의무를 가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그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을 예견하고도 결과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인식을 하면 족하며, 이러한 작위의무자의 예견 또는 인식 등은 확정적인 경우는 물론 불확정적인 경우이더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 이때 작위의무자에게 이러한 고의가 있었는지는 작위의무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작위의무의 발생근거, 법익침해의 태양과 위험성, 작위의무자의 법익침해에 대한 사태지배의 정도, 요구되는 작위의무의 내용과 그 이행의 용이성, 부작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부작위의 형태와 결과발생 사이의 상관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작위의무자의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의 경우, 피의자는 피해자를 건물에 추락할 수 있는 위험한 장소로 끌고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인하대 사건의 피의자는 살인의 고의로 피해자를 추락시킨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구조할 의무가 있는 자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이 사건 피의자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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