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A는 2018. 2.경 자신의 주거지에서 처남 B가 사업준비로 피곤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2017. 12.경 처방받아 보관하고 있던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7정을 처남에게 제공하였습니다.
위 행위로 A는 마약유관리에관한법률을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이 사건에서 법원은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아래와 같은 근거를 들어 2021. 2.경 A에 대하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 및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을 처분했습니다.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는 처방전에 따르지 않고는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 의약품을 투약하거나 제공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A가 이러한 행위를 함으로써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켰으며, 이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포함된다.
보건복지부의 의사면허자격정지 이유 참조
의료법 제66조(자격정지 등) ①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의료기술과 관련한 판단이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는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수 있다.
1.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
의료법 시행령
제32조(의료인의 품위 손상 행위의 범위) ① 법 제66조 제2항에 따른 의료인의 품위 손상 행위의 범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2. 비도덕적 진료행위
그러자 A는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A는 '자신이 처남의 증상을 적극적으로 살피면서 병명을 진단하는 등 '진찰'을 한 사실이 없고, 이는 진찰에 이르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병원이 아닌 주거지에서 가족 중 한 사람이 보관하고 있던 약을 나누어 준 것일 뿐인 행위를 '진료행위' 혹은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의료행위' 정의에 관하여는 법령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데, 의료법 제12조 제1항에서 "의료·조산·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이라고 표현된 것을 두고 있는 부분을 참고로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라고 설시한 바 있습니다.
A는 자신이 처방받아온 약을 처남에게 건낸 행위는 위에서 설시한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 것이지요. 자신의 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니, 당연히 징계사유인 '비도덕적 진료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A는 환자나 타인이 아닌 가족에게 약을 건낸 행위는 사회통념상 비난가능성이 있는 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비도덕적'이라는 수식어 역시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면서 A는 "의료법상 그 품위가 ‘심하게’ 손상되어 의료법 제66조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에 의해 곧바로 자격정지 처분이 이뤄지는 경우와 달리, 품위 손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한의사협회 자체 내부 징계대상 행위가 될 뿐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의 경우, 의사로서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의 심의·의결 등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관련 형사판결만을 이유로 처분했으므로 위법하다."고도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A의 주장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습니다.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할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이면 의료행위에 해당하고, 영리의 목적으로 행하거나 계속 또는 반복의 의사로 행해 질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므로, 비록 원고가 1회적으로 문진을 행했거나 약물을 제공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진찰 및 처방으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졸피뎀은 그 자체로 의료인이 아니면 취급할 수 없는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할 뿐 아니라, 진료행위에 해당하는 처방 및 의료행위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그 교부 장소가 주거지였다거나 처남 등 가족에게 무상으로 교부된 것이었는지 여부에 따라 달리 볼 수 없다."
"의사인 A가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진료기록조차 남기지 아니한 채, 원고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B씨에게 위와 같은 위험성을 가진 졸피뎀 7정(총 70mg 이상 교부됐을 것으로 추정)을 별다른 복약방법이나 투약용량, 부작용 등 필요한 사항에 대한 지도·설명조차 없이 교부했다는 사정 자체가 의사에게 요구되는 선량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행한 ‘의료용 마약류 졸피뎀 안전사용을 위한 기준’에 따르면, 졸피뎀은 사용 시 남용 또는 신체적·정신적 의존 가능성을 야기할 수 있어 항상 이를 염두에 두고 사용·투약해야 하고, 불면증 치료시 하루 10mg(속효성 기준)을 초과해 처방하지 않도록 하며, 항불안 등을 목적으로 10mg을 초과해 처방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의 협진(의뢰)가 권고되는 등 부작용 우려가 큰 약품이다.
그러면서 법원은 "A의 행동은 의료인으로서의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비난받아 마땅한 비도덕적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의협 위원회가 심의·의결을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의료법 제66조의 2 규정에 근거한 자격정지를 비롯한 행정처분을 의뢰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의료법 제66조에 따른 보건복지부장관 고유의 의료인에 대한 면허 자격정지 권한에 어떠한 제한이 된다고 볼 수 없다."라는 이유로 A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의사인 A가 처남에게 건낸 약물이 향정신성의약품(졸피뎀)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사롭게 생각했던 행위일 수 있으나, 이 일로 A는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받게 되었고, 행정법원은 이러한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시한 것인데요.
향정신성의약품을 다루는데 있어서 의료인들은 처방을 하는 경우 이외의 일상적인 사용의 경우에도 특별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판례라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하고 카카오 채널을 통해 상담 예약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