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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다은 변호사 Feb 14. 2024

대법원,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 변경



대법원은 2023. 9. 21.자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하여 종래 대법원의 입장을 변경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며, 전원합의체 판결로서 이에 대하여 재정의를 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정리하는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형법 및 성폭력처벌법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하여 이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이른바 기습추행형)에는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하는 한편, 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이른바 폭행·협박 선행형)에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요구된다고 판시하여 왔다.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의 수단이 되는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해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일 것을 요구하는 종래의 판례 법리는 강제추행죄의 범죄 구성요건이나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과 부합하지 아니한다. 강제추행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종래의 판례 법리는 피해자의 항거곤란이라는 상태적 개념을 범죄 구성요건에 포함시켜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가 일반적인 그것보다 더 높은 수준일 것을 요구하였다 그에 따라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의사 억압 상태가 필요하다고 보게 되고, 이는 피해자가 실제로 어떠한 항거를 하였는지 살펴보게 하였으며, 반대로 항거가 없었던 경우에는 그러하나 사정을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현행법의 해석으로 더 이상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기존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와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과 협박'을 최협의로 해석해 왔습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강제추행죄나 강간죄에서의 '폭행과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로 높은 정도의 폭행과 협박을 요구하였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실상 이러한 해석은 점점 더 흐려져 왔지요. 사실상 상대방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강한 폭행이나 협박이 있는 때가 아니더라도 강제추행이나 강간을 인정해 왔으니까요.


그 일례가 '기습추행'의 인정이었습니다. 


사실상 폭행과 협박을 건너뛰어서 바로 추행이 있을 수도 있다는 취지이지요.



이러한 최협의의 폭행과 협박을 요구한 이유는 사실상 '피해자가 도저히 피하지 못할 정도'였어야 강제추행이나 강간이지, 피할 수 있었는데 안 피했다면 범죄가 아닌 거 아니냐는 사고가 기저에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최근들어 '피해자다움을 강요하지 마라'는 취지의 판시와 더불어, '폭행과 협박'을 굳이 좁게 볼 필요는 없다고 대법원이 정리를 해준 것입니다.


사실상 그렇게 판결을 해 오긴 했었는데, (저같은 변호사를 포함해서 다수의 전문가들이) '죄형법정주의위반 아니냐. 확대해석 아니냐'라는 비판을 해왔던 게 사실이었기 때문에, 대법원이 더이상 미루지 않고 정리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새로운 건 아니예요. 


다시 말하지만, 사실상 그렇게 해석해서 유무죄를 판단해 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법원은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에 대해서는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로 다시 해석하였고, '협박'에 대해서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경우로 해석하였습니다.




요컨대,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여 상대방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한다.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의 경위와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형법을 공부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아주 의미있고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는데,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실제보다 좀 더 뒤쳐져서 정리를 해준 느낌이 드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판결문 문구 자체는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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