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아래층에 살던 피고인이 불상의 도구로 여러 차례 벽 또는 천장을 두드려 '쿵쿵' 소리를 내었습니다.
수사기관은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를 위층에 살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한 행위로 보아, 스토킹범죄로 기소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은 행위는 이웃 간의 소음으로 인한 분쟁으로 일어난 것으로 스토킹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다. 상대방등에게 우편ㆍ전화ㆍ팩스 또는「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ㆍ말ㆍ부호ㆍ음향ㆍ그림ㆍ영상ㆍ화상을 도달하게 하거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프로그램 또는 전화의 기능에 의하여 글ㆍ말ㆍ부호ㆍ음향ㆍ그림ㆍ영상ㆍ화상이 상대방 등에게 나타나게 하는 행위
라. 상대방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는 행위
2. “스토킹범죄”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윗층에 살고 있는 피해자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갖게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스토킹처벌법에서 스토킹행위는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는데, 실제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갖지 않는 경우라면 처벌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습니다.
스토킹행위를 전제로 하는 스토킹범죄는 행위자의 어떠한 행위를 매개로 이를 인식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킴으로써 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의 자유 및 생활형성의 자유와 평온이 침해되는 것을 막고 이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위험범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구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각 목의 행위가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이를 인식한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평가될 수 있다면 현실적으로 상대방이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갖게 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스토킹행위'에 해당하고, 나아가 그와 같은 일련의 스토킹행위가 지속되거나 반복되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 이때 구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각 목의 행위가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인지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지위·성향,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 태양, 행위자와 상대방의 언동, 주변의 상황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3도6411 판결 참조
결국 실제로 피해자가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갖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불안감 공포심을 느낄만하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위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이웃 간 소음 등으로 인한 분쟁과정에서 위와 같은 행위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정당한 이유 없이 객관적·일반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피고인은 층간소음 기타 주변의 생활소음에 불만을 표시하며 수개월에 걸쳐 이웃들이 잠드는 시각인 늦은 밤주터 새벽 사이에 반복하여 도구로 벽을 치거나 음향기기를 트는 등으로 피해자를 비롯한 주변 이웃들에게 큰 소리가 전달되게 하였고, 피고인의 반복되는 행위로 다수의 이웃들을 수개월 내에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으며, 피고인은 이웃의 112 신고에 의해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주거지 문을 열어 줄 것을 요청받고도 '영장 들고 왔냐'고 하면서 대화 및 출입을 거부하였을 뿐만 아니라 주변 이웃들의 대화 시도를 거부하고 오히려 대화를 시도한 이웃을 스토킹혐의로 고소하는 등 이웃간의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이웃을 괴롭힐 의도로 위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 구체적 행위태양 및 경위, 피고인의 언동,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행위는 층간소음의 원인 확인이나 해결방안 모색 등을 위한 사회통념상 합리적 범위 내의 정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객관적·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보이며, 나아가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가 지속되거나 반복되었으므로 '스토킹범죄'를 구성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스토킹처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3도6411 판결 참조
인터넷 기사에는 피고인이 단순히 층간소음을 유발하여 이웃을 괴롭힌 것처럼 되어 있었는데요.
판결문 내용을 보면 상당히 구체적으로 피고인이 주변 이웃들을 집요하게 괴롭혀 온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통상적인 층간소음 분쟁의 경우 모두 스토킹이 된다고 여겨서는 곤란할 것 같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위의 대법원이 자세히 설시하고 있는 스토킹처벌법의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한하여 스토킹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