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도피죄 처벌하지 않는 친족의 범위

by 채다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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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은 자신의 생부A가 강도치사죄 등을 범하여 도피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XX역 부근에서 A를 수회 만나 800만 원 상당의 현금을 도피자금으로 제공하고, 오피스텔을 임차하여 기거하도록 하고, 차량과 휴대전화를 빌려주었습니다. 피고인은 이러한 방법으로 범인인 A의 도피를 도왔습니다.



범인은닉, 도피죄가 있습니다. 위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경우 처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지요.


그런데 범인도피죄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친족 및 동거가족은 범인을 숨겨주거나 도망을 돕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형법


제151조(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①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조항이 있는 것은 바로 '기대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 가족이 중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보호하고 숨겨주고 싶은 게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일 것이므로, 가족의 범죄를 신고하고 내칠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지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A의 혼외자로, 친부인 A가 피고인을 인지하지 않았다는 사정 때문에 면책조항 적용여부가 첨예하게 다뤄졌습니다.


당시 피고인은 A와 DNA 분석 결과를 제출하기도 했는데요. A와 피고인은 친부자 관계는 맞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형법 제151조 제2항 면책규정에서 이야기하는 친족의 범위는 민법에 따라 규정되는데, 이는 법률상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혼외자인 경우 법원에 신청을 통해 인지라는 절차를 거쳐야만 법적 부자관계가 인정된다는 한계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1심과 2심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형법 제151조 제2항은 친족 간에는 그 정의(情義)에 비추어 범인에 대하여 은닉행위나 도피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책임이 조각된다(형법 제328조 제1항이 “형을 면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비록 임신과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의하여 그 관계가 명확히 결정되는 모자관계와 달리, 부자관계는 그 관계 확정을 위한 별도의 요건이 필요하고, 특히 혼인 외 출생자의 경우에는 생부가 인지하거나(민법 제855조 제1항) 자녀가 부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민법 제863조)를 제기하여 친생자관계의 존재를 확정하는 방법으로 법률상 친자관계를 창설해야 하지만, 그 전에도 혼인 외 출생자와 생부 사이에 자연적 혈연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범인에 대하여 은닉행위나 도피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관점에서는 인지 등에 따라 법률상 친자관계가 창설된 경우와 자연적 혈연관계만 존재하는 경우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서로 피를 나눈 사이에는 인간의 본성에 비추어 아무리 중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임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를 숨겨주거나 도망하는 것을 돕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가 사실혼관계에 있는 자를 제외하고 있지만, 사실혼은 언제든지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형성과 해소가 가능하고, 그 성질상 사실혼관계에 있는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많은 데 비하여, 자연적 혈연관계의 존재는 혈연을 요소로 하는 자연적인 사실이고 과학적 증명의 대상이 되므로 양자를 같은 평면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인지는 그 자녀의 출생시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기므로(민법 제860조 본문), 범인은닉 또는 범인도피 범행 후에 생부가 혼인 외 출생자를 인지하면 범행 당시부터 법률상 친자관계가 존재한 것으로 간주되어 처벌할 수 없다(인지의 소급효는 친족상도례에 관한 형법 조항에도 적용된다고 한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도1731 판결 참조). 자연적 혈연관계가 존재함에도 단지 사후적인 인지 여부에 따라 처벌 여부가 좌우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항소심(광주고등법원 2022노75)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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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정반대였지요.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며, 친족 면책규정을 인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생부라는 점이 확인되면 유추적용해서는 안 되고,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유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형법 제151조 제2항은 친족,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친족은 민법이 정한 법률상의 친족을 말한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도4533 판결 등 참조). 혼인외 출생자의 경우 모자관계는 인지를 요하지 아니하고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인정될 수 있지만, 부자관계는 부의 인지에 의하여만 법률상 친자관계가 발생한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8므1127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혼인외 출생자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신의 생부(生父)를 도피하게 하더라도 생부가 혼인외 출생자를 인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생부와 혼인외 출생자 사이에 법률상 친자관계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혼인외 출생자의 행위에 대하여 형법 제151조 제2항을 적용할 수 없다.


형법 제151조 제2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본인)와 범인도피 행위를 한 자(행위자) 사이의 구체적·개별적 관계나 상황을 가리지 않고 ‘친족 또는 동거가족’에 해당하기만 하면 일률적으로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함으로써 그 적용범위를 명확히 한정하였다. 입법자는 형법 제151조 제2항을 통해 ‘친족 또는 동거가족’에 한하여만 ‘처벌하지 아니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법률의 유추적용은 법률의 흠결을 보충하는 것으로서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에 대하여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하는 것인데, 형법 제151조 제2항의 적용범위에 관하여 어떤 법률의 흠결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형법 제151조 제2항의 적용에 따른 처벌·불처벌의 결과는 오롯이 ‘친족 또는 동거가족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고, 본인과 행위자 사이의 구체적·개별적 관계나 상황을 따져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불가능성 유무에 따라 형법 제151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유추적용을 허용할 경우 입법자가 명확하게 설정한 형법 제151조 제2항의 적용범위가 확장되어 입법자의 의도에 반하게 되고, 유추적용의 기준이 불분명하여 법적 안정성이나 예측가능성이 저해되며, 이로 인하여 형사처벌의 불균형이라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생부가 인지하지 않아 법률상 친자관계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비록 생부와 혼인외 출생자 사이의 자연적 혈연관계로 말미암아 도피시키지 않을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151조 제2항을 유추적용할 수는 없다.


상고심(대법원 2022도10272) 판결 참조



이 사건 판례를 연구하기 위해 1심, 2심, 3심 판례를 모두 확인해 보았는데요. 모두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어떤 결과여도 납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만, 대법원은 친족의 범위를 법률상의 친족으로 한정해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유사한 사례들에 있어서도 같은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겠다는 점을 유의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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