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진단서가 제출되면 항상 상해죄가 성립할 것인가?

by 채다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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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에서 상해진단서의 증명력에 관한 의미있는 판결이 나와 소개합니다.


피고인은 2019. 3. 25. 피해자가 자신을 방해하였다는 이유로 화가 나 발로 피해자의 정강이를 걷어차서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아래 다리의 기타 및 상세불명 부분의 타박상 등을 가하였다.


이 사건에서 1심과 항소심은 모두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 상해진단서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이 사건이 있은 날로부터 약 1년 3개월이 지난 2020. 6. 23.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았고, 2020. 7. 14. 피고인과 피고인의 여동생을 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법률위반(공동상해)죄로 고소하였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아버지로부터 문서손괴죄 등으로 고소당하자 이에 대응하여 피고인과 피고인의 여동생을 고소하기 위해 상해 진단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보이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한편 이 사건 당일 피해자를 진료하고 그 후 위와 같이 상해진단서를 발급한 의사는 제1심법정에서 ‘피해자를 진료하였을 당시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피해자에 대한 진료기록부를 참조하여 상해진단서를 발급하였다.’라고 진술하였습니다. 진료기록부에는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표층열치료, 심층열치료, 재활저출력레이저치료 등을 받고 진통제 등의 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러한 치료와 약 처방은 환자의 주관적인 통증 호소에 따라 행해지거나 극히 경미한 상처, 불편에 대해서도 이루어질 여지가 있는 성격의 것들이었습니다.


또한 진료기록부의 ‘진단’란에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아래 다리의 기타 및 상세불명 부분의 타박상’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피고인의 여동생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하는 ‘얼굴의 표재성 손상, 타박상’, ‘손목 및 손의 기타 부분의 타박상, 열린 상처’도 기재되어 있는데, 위 치료가 어느 부위에 대한 치료인지도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진료기록부의 내용만으로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의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습니다.


더욱이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위와 같은 치료를 받은 후에는 다시 병원을 방문하거나 정강이 부위에 대한 치료를 받지 않았고, 피해자가 처방받은 약을 구입․복용하였다는 자료도 기록상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통증을 호소한 사실이 없었고, 피고인으로부터 폭행당한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작성한 후 자신에게 전송하여 보관하기도 한 피해자가 그 주장과 같이 피고인과 피고인 여동생의 행위로 상해를 입었음에도 상처 부위를 사진으로 촬영해 두지 않았다는 것 역시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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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형사사건에서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함께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상해 사실의 존재 및 인과관계 역시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상해진단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증명력을 판단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상해진단서가 주로 피해자의 주관적인 통증 호소 등에 의존하여 의학적 가능성만으로 발급된 때에는, 그 진단일자 및 진단서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시점과 시간상으로 근접하고 진단서 발급경위에 특별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는지, 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 및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하는지, 피해자가 호소하는 불편이 기왕에 존재하던 신체 이상과 무관한 새로운 원인으로 생겼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사가 진단서를 발급한 근거 등을 두루 살피는 것 외에도, 피해자가 상해 사건 이후 진료를 받은 시점, 진료를 받게 된 동기와 경위, 그 후의 진료 경과 등을 면밀히 살펴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그 증명력을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5도11886 판결 참조).


결국 대법원① 피해자가 이 사건이 있을 날로부터 약 1년 3개월이 지나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은 점, ② 상해진단서를 발급한 의사는 제1심법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진료기록부를 참조하여 상해진단서를 발급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진료기록부의 내용만으로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의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③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치료를 받은 후에는 다시 병원을 방문하거나 치료를 받지 않았고, 피해자가 처방받은 약을 구입ㆍ복용하였다는 자료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여 공소사실 기재의 ‘아래 다리의 기타 및 상세불명 부분의 타박상’ 등을 입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실무를 하다보면 상해라고 보기 어려운 작은 상처에도 병원이 너무 쉽게 상해진단서를 발급해 주는 경우를 많이 보고, 또 그에 따라 기계적으로 수사기관이 단순 폭행 정도인 행위를 상해로 처리하는 일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의사가 쉽게 상해진단서를 발급해 주는 것도 문제이고, 이에 따라 정말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지 않았음에도 일률적으로 상해로 판단해 버리는 행태 모두 잘못된 것인데요.


이 사건 판례가 그러한 잘못을 바로잡은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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