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이고, 피해자는 지주협의회 회장이며, 추진위원회와 지주협의회는 재개발사업을 시행하는 방식 등에 관해 견해가 달라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추진위원회의 주민총회 개최 당일 지주들에게 주민총회에 참석하지 말 것을 권유하기 위해 지주협의회 명의로 현수막을 설치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이 이 현수막을 발견하고 과도를 이용하여 끈을 달라 떼어냈습니다. 이러한 행위로 피고인은 '업무방해죄'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사건에서 사실심에서는 업무방해죄를 인정하였는데요. 대법원에서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한다. 직업이나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단순한 의사표현의 일환으로서 일회적 또는 일시적으로 현수막 등을 설치하여 어떠한 사실이나 의견 등을 알리는 것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라고 할 수 없다.
현수막 등을 설치하여 어떠한 사실이나 의견 등을 알리는 것이 일회적 또는 일시적인 사무라 하더라도 그것이 계속성을 갖는 본래의 업무수행의 일환으로서 또는 본래의 업무수행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행하여지는 것이라면 업무방해죄에 의하여 보호되는 '업무'에 해당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는 본래의 업무의 종류와 성격, 현수막 설치 시기와 장소, 경위와 목적, 현수막 등에 기재된 내용과 방해된 업무 사이의 관련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은 업무를 통한 사람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보호하려는 데 있으므로,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서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시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 사건 현수막에 이 사건 지주협의회의 입장으로 게재된 글은 지주협의회의 구성이나 운영, 활동,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계획 등 지주협의회의 본래의 업무를 지주들에게 알리거나 홍보하는 내용이 아니다.
피해자는 이 사건 추진위원회 측의 피고인과 갈등관계에 있었고, 단지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시하고 지주들에게 관련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사실, 검찰에 진정서를 접수한 사실 등을 알리면서, 주민총회에 참석하지 말 것을 권유하기 위하여 그 수단으로서, 주민총회 개최 일정에 맞추어 일회적으로 이 사건 현수막을 설치한 것에 불과하다.
결국 피해자가 이 사건 현수막을 설치한 시기, 경위와 목적, 이 사건 현수막의 구체적 내용, 지주협의회를 대표하고 그 사무를 총활하는 회장이 수행하는 본래의 업무의 성격과 내용 등을 감안할 때, 피해자가 이 사건 추진위원회 측이 추진하는 주민총회의 원활한 개최, 진행을 저지하거나 방해하려는 의도로 일회적으로 이 사건 현수막을 통해 지주들에게 주민총회에 불참할 것을 권유하는 입장을 알리는 것을 두고 피해자의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에 해당한다거나 '지주협의회 회장으로서의 본래의 업무수행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사무'라고 평가할 수 없다.
피해자가 비록 자신이 구성한 이 사건 지주협의회를 통하여 그 방법 등이 위법하지 않은 이상 어떠한 내용이라도 표명할 수 있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권리 도는 권한으로서 그 자체를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구체적이고 계속적인 사회적 활동으로서의 사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사건 사실관계를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현수막을 설치하여 이 사건 지주협의회의 입장을 지주들에게 알리는 것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지주협의회 입장 홍보 업무가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피해자가 이 사건 현수막을 설치한 것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위 판례에서 자세히 언급하고 있듯이 대법원은 '현수막 설치'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업무로 인정된다거나 업무로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고, 본래의 업무의 종류와 성격, 현수막 설치 시기와 장소, 경위와 목적, 현수막 등에 기재된 내용과 방해된 업무 사이의 관련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수막 설치가 일회적 또는 일시적으로 행해진 경우라 하더라도 그것이 계속성을 갖는 본래의 업무수행의 일환으로서 행해졌다면 유죄로 인정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다만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업무방해죄는 무죄로 판단하였으나, 재물손괴죄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하였다는 점은 참고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