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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도 Oct 24. 2024

House 02. 안암역

친구라는 이름으로!

한 달간 의정부에 살면서 도저히 출퇴근의 거리를 극복할 수 없었다.

길고 긴 출퇴근길은 적응도 안될 뿐 아니라 몸이 상하고 있음을 느꼈다.(야근과 철야 때문인 거 같기도!)

무엇보다 언제까지 남의 집에서 신세를 지을 수 없었다.


때마침 친구는 제안을 했다. 동생이 유학을 가게 되어 방이 비었으니 같이 살자고!

'아무리 친해도 함께 살지 말자'가 내 인생철학이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친구의 제안을 고맙게 받아들였다.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친구와 함께 사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 이유는 중학교 때부터 엄청 친한 친구였지만 생활 패턴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나에게 많이 맞춰주었다.


아침잠이 많은 친구는 아침 일찍 나가는 날 위해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토스트를 만들어주었고

아침밥을 챙겨 먹는 날을 위해 매일 밥을 해 놓았다. 

대학 때도 안 해본 친구와의 자취 느낌으로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하루는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서 자려던 날.

친구는 매실 한 박스를 사 와서는 혼자 매실진액을 만들고 자겠다고 했다.

"그럼 난 잘게"라고 말했지만 혼자 낑낑거리는 친구를 외면할 수 없어서 빨리 끝내자 했다.

매실 꼭지를 떼다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난데없이 매실을 왜 사 왔으며 이 밤중에 우리 뭐 하는 짓인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름의 노동(?)이었다고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는 소소한 일상의 추억도 물론 많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였지만 우리는 참고 배려를 하고 있었다.

크고 작은 불편함 속에서 내색하지 않고 하고 싶었던 말을 삭히며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어느 날 친구와 외식을 하고 걸으며 깨달았다.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그 길로 회사 근처 고시원을 구했다.

친구는 꼭 나가야만 하냐고 말렸지만 그때 난 이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마침 동생도 예정보다 빨리 귀국을 하게 되었고 더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고시원으로 가는 날 배웅하며 친구는 언제든 다시 오라고 했다.

나의 힘든 시절 손을 내밀어 준 친구에게 지금도 고맙다.


그렇게 난 고시원에 입성하게 되었다.


월세살이  TIP. 룸메이트는 100번 고민하기

친구들 중에 혼자 사는 친구들이 꽤 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도 같이 살자고 제안하지 않는다. 

여행을 가더라도 서로를 배려해주고 있음을 알지만 워낙 생활패턴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자의 환경과 시간을 존중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관계를 지켜주는 셈이다.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없고, 서운한 감정이 쌓이면 그게 오해가 되는 법! 

월세를 줄이기 위해, 혼자 사는 게 무섭고 외로워서 친한 친구와 같이 사는 것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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