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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은 Jun 19. 2023

스타트업 서비스는 언제 브랜딩을 해야할까?

PM의 별책부록 001

cc. 사수도 없고 리소스도 없는 스타트업의 브랜드 기획자/디자이너


안녕! 나는 이상한 AI 나라에서 길을 잠시 잃은 채구야. 

이리저리 재미있는 것을 찾아 헤메다보니 어느새 라이언로켓에 탑승해 있었어.

개발자들이 이끄는 이상한 AI 나라에 뚝 떨어진 기분이란… 아마 비개발자들은 나의 막막함을 이해할 거야.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도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해보기로 했어.  




1. 브랜딩은 언제 하는 걸까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갓 시작한 신생 회사야. 자금도 인력도 무엇 하나 넉넉하다고 하기는 어렵지.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 브랜딩은 늘 뒷전이야.

스타트업에 브랜드 디자이너로 입사해 본 디자이너라면 다들 공감할 거야.

당장 눈 앞에 있는 자잘한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브랜드에 대한 거시적 고민을 하거나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어려워.


열심히 다듬어놓은 브랜드가 시장궁합성을 찾지 못해 빠르게 드랍(Drop)되는 경우도 허다하고,

빠른 시장 테스트를 위해 하루만에 뚝딱 로고를 만들어 내야하는 건 너무나 당연해.


드라마 <스타트업>


나도 스타트업의 브랜딩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많았어서 여러 멘토들께 조언을 구했어.

워낙 브랜드에 대한 깊이가 남다르신 분들이라 익명으로 나마 나눴던 이야기를 공유해볼게.




A. "브랜딩은 필요할 때"


한 테크 서비스의 그로스 리드(Growth Lead)였던 멘토 A님께서는 

“브랜딩은 필요한 순간에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프로덕트가 그 자체로 시장적합성을 찾고, 어느 정도 유저가 생겼을 때 시작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셨던 것 같아.

유저들은 당장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프로덕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단은 프로덕트가 제대로 된 문제를 ’해결’한 후에 남들과 다른 한 끗발을 위해 브랜딩을 하는게 더 효율적일 수 있어.


지금은 남다른 브랜딩으로 더 유명한 ‘토스‘도 처음에는 송금이라는 서비스에만 올인하고 브랜딩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고 해.



B. "브랜드가 먼저"


또 다른 브랜드 디렉터인 멘토 B님께서는 "제품의 완성보다 브랜드가 먼저"라고 말씀하셨어.

브랜드의 가치에 공감하고 메시지에 반응하는 유저그룹을 먼저 확보해놓는다면, 어떤 제품을 출시하던 상관없다는 의미야. (물론 제품의 품질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하지!)

지금 세상엔 제품이 넘쳐나고 다 일정 이상의 수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객은 거기에 ‘가치’까지 제공하는 브랜드를 선택하기 때문이야.

이미 브랜드의 가치에 공감했다는 건, 그 브랜드가 제공하는 제품에도 기꺼이 동참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거지.


'배달의 민족'의 사례를 살펴보면, 초기부터 국뽕을 자극하는 네이밍을 과감히 한국어로 사용하고 관련 브랜드 캠페인을 활발히 벌이는 등 브랜딩에 상당한 투자를 했지.

결과론적으로 토스와 배달의 민족은 둘 다 성공 궤도에 올라탔지만 말이야.  




2. 스타트업 브랜딩의 기술

내가 이 아티클에 참조하고 있는 도서 [스타트업 브랜딩의 기술]에서는

브랜딩에 착수해야 할 시기를 다음과 같이 말해.



첫 째, 사업 구상을 시작하는 시점


그 이유는 관념으로만 존재하는 서비스의 미션과 비전, 타겟을 명확한 브랜딩으로 정의함으로써 우리를 객관적으로 다시 평가하고 판단하고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야.



둘 째, 개인적이든 공식적이든 첫 번째 고객에게 다가갈 준비가 되었을 때


미완성의 서비스는 아직 브랜드가 아닌걸까?

개인적인 경험이 빗대어 한 번 고민해봐. 절대 그렇지 않을거야.

서비스가 베타버전이더라도, 약속한 기능들이 제대로 워킹하지 않더라도, 아직 *PMF(Product Market Fit)를 찾지 못했더라도, 서비스가 출범한 이상 고객과 만날 수 밖에 없고, 고객은 이미 그 자체로 브랜드를 인지하기 때문이야.



책에 있는 워딩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10년 전만 해도 사업 구상이 완료되기 전까지 브랜드 개발에 자원을 투자하지 않고 미뤄 두는 것이 현명했을지 모르지만, 오늘 날의 경우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 자체가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에 첫 대면 고객이 누구든 간에 브랜딩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셋 째, 기존의 평판에 문제가 생기거나, 시장 변동 및 혼란을 겪을 때


10년 전에 훌륭한 브랜드였다고 하더라도 더욱 개발하지 않으면 10년 전의 영광만 남은 브랜드가 되겠지. 

시장은 계속 변하고 고객의 니즈도 계속 변하기 때문이야.

브랜딩은 서비스의 목적과 위치를 다시 고민해 고객의 인지를 새롭게 변화시킬 기회를 만들어내기도 해.


(그럴 일이 없다면 좋겠지만) 예기치 않게 브랜드 평판에 타격을 입었을 때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기에도 브랜딩은 아주 좋은 선택지야.

부드럽고 진솔하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지.  




3. 어쩌면 지금 바로, 그리고 영원히 계속.


나의 경우를 이야기해볼게.

우리 회사는 지금 인공지능을 사용해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포킷(pokeit)이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


어때? 서비스 자체로 궁금하고 새롭지?

누군가는 서비스 자체로 새롭고 궁금하다고 느낄 거야.

반대로 뭔지 전혀 모르겠고 인공지능이라니 일단 거부감이 드는 사람도 있겠지.

그리고 둘 다인 사람도 분명 있을 거야.


나는 그래서 우리 서비스가 브랜딩을 해야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했어.


스타트업은 브랜드를 개발할 때 린 접근법을 추천한다. 여기서 린 브랜딩이란,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험하고 조정해가면서 점진적으로 발전해가는 방법이다. -도서 <스타트업 브랜딩의 기술> 중


만약 우리가 아무런 부연 설명 없이도 훌륭한 기능만으로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분야의 서비스였다면

브랜딩보다 기능 개발/실험이 우선이었겠지.


하지만 우리가 속해있는 생성AI라는 분야는 대부분의 유저에게 미지의 영역이고 그렇기에 막연한 두려움이 서비스 진입에 큰 허들로 작용해.

그렇다면 그들에게 우리를 어떤 가치를 고객에게 말해주어야 할까?

이 고민 자체가 바로 브랜딩이고, 우리에게는 지금 당장 필요한 고민이야.  



지금 바로, 영원히 계속


서비스의 사이즈가 커감에 따라 브랜딩의 사이즈도 커지고 더 많은 재밌는 일을 할 수 있게 될 테니까

지금은 그 기반을 잘 닦아두는게 우리가 해야할 브랜딩인 것 같아.


브랜드란 누군가가 한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어떤 기업에 관해 느끼는 직감과 같은 것이다.
-마티 뉴마이어


브랜딩은 어차피 브랜드가 등장함과 동시에 시작되고 브랜드가 소멸할 때까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과정이잖아.

그러니 언제 시작할 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이 시점에서 적당한 브랜딩 활동이 무엇일지를 치열하게 고민해보는 게 더 생산적인 논의일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스타트업 서비스에 가장 적합한 정도의 브랜딩을 시작하기로 했어.

오늘 소개한 내용들은 도서 [스타트업 브랜딩의 기술]을 참고했으니 관심이 있으면 읽어뵈를 추천해 :)


오늘도 고민이 많은 스타트업 브랜더들! 오늘부터 차근차근 브랜드의 여정을 떠나보지 않을래?

함께 실수하고 도전하다 보면 어느새 좋은 브랜드가 되어있을 거라고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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