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의 비극 - 기능반

동아리와 기능훈련반 사이의 간극

by 등사중교

특성화고등학교의 교정은 매년 바쁘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지원사업을 이행하는 온갖 부서로 구성되어 있는 특성화고는, 일반 인문계고에서는 구경도 할 수 없는 큰 액수의 예산을 다루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그 중 하나는 바로 기능훈련반이다.

최근에 계속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기능훈련반은 학교 수업을 빼고 기능훈련만 하는 특별반을 의미한다. 세계에는 기능올림픽이라는 국제대회가 있고, 우리 대한민국은 그 국제대회에서 매 년 우수한 종목을 거두는 나라였다. 그 이면에는 바로 기능반 제도가 있다.

과거에는 기능반 제도가 참 좋은 제도 같았다. 나라는 발전하는데 기술을 가진 사람은 부족했고, 각종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일반 수업을 모두 열외해주고 하루종일 기능대회를 준비시켜 일정한 성과를 거두게 하였었다. 지방 기능경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전국기능경기대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대기업에 가고, 정말 뛰어난 학생은 국가대표로도 선발되어 기능올림픽에 나가곤 했다. 물론, 지도교사에게 무수한 상금이 주어진 것은 덕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상황이 많이 변하고 있다. 기능반 학생들은 일반 수업을 모두 열외하므로, 기능반 학생 선후배들끼리 대부분의 생활을 하게 되는데, 강력한 위계질서로 인해 학습이 연계되므로 학폭 피해와 같은 끔찍한 사고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기능훈련을 한다고 방학도 없고 주말도 없이 365일 학교에서 밤 10시가 넘는 시각에도 실습실에서 지내는 학생들도 참 고생이지만 그들을 지도할 교사도 고생인 것은 마찬가지다. 어느 교사가 그 고된 일을 마다하겠는가? 방학도 없고 주말도 없고 365일 학교에 나가야 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신규 교사나 저경력 교사에게 기능반 업무를 던지듯 해 놓고는, 항거할 수 없게 입을 막아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 뿐 아니다. 겨우 대학을 졸업한 저경력 교사 혹은 신규 교사가 기능 훈련에 대해서 무엇을 알겠는가? 자동차 정비 직종이라고 가정한다면, 임용고시를 통과했다고 해도 자동차 정비 기술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와 기능대회를 준비할 역량이 되는가는 별개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기술을 알고 있는 외부인력을 강사로 초빙하여 대회를 준비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면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특채로 가곤 해서 일부 학생들의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도 채용을 감소하면서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입상한다고 해도 학생들에게 떨어지는 보상이 매우 약해졌으며, 오히려 조용히 학교를 다니며 입시를 준비한 다른 학생들에 비해 오히려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며 학교에서는 기능반을 희망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에도 애를 먹고 있다.

사고가 이어지니 교육부에서는 '기능반' 이 아니고 '전공심화동아리' 라며, 전공 분야에 대해서 심화 학습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끼리만 자발적으로 남아서 활동하는 동아리라며 홍보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말장난일 뿐이다. 기능대회에 입상하기 위해서 모든 수업을 제외하고 365일 기능 훈련만 하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사실 일부 종목에서는 기능훈련이 특성화고에서 진행되지 않아서, 각종 공기업 및 회사에서 사원들을 선발하여 훈련시켜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고, 올림픽에 나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체육계에서도 운동부 학생들에게 수업을 모두 제외하고 훈련만 시키는 기조를 벗어나서 '공부하는 선수' 를 육성하는 흐름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기능훈련계는 언제가 되어야 바뀔 것인가. 기능훈련반은 언제 없어지고, 신규 교사들은 언제까지 기능반 짬처리를 맡아서 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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