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시대에 고립되어가는 사람들

『외로움의 습격』을 읽고 정리한 생각들

by 책판다

‘늦깎이 ADHD의 브레인 튜닝 로그’를 (혹시라도) 기다리셨던 분들께 먼저 사괴의 말씀을 드립니다. 개인 일정과 연재의 방향을 고민하다 보니 2주가 훌쩍 지나버렸네요. 오늘은 서평을 대신 업로드하고, 차주부터 다시 차질 없이 발행하겠습니다. 많은 양해와 기대 부탁드립니다. (_ _)






‘IT 혁명’이 일어날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 기술이 세상 모든 사람을 연결해주는 줄 알았지만, 그 혁명이 무르익고, 이제는 새로운 혁명(AI 혁명)이 시작된 지금,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외로움과 고립, 그리고 갈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특히 IT 분야에서 누구보다 빠른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는 심각한 사회적 고립 때문에 고열을 동반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한국일보 “한국 행복 수준 6점대로 올랐지만… 사회적 고립도는 OECD 4위”).

정치철학자 김만권 교수의 저서 『외로움의 습격』은 이런 역설적 현상의 원인과 부작용, 이걸 해결하기 위한 제안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책을 같이 읽고 ‘잃어버린 우리를 찾아서’ 함께 가 봅시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각자도생이라는 시대정신


언젠가부터 ‘각자도생’은 우리 모두가 짊어진 시대정신이 되어버렸고, 이로 인해 누구나 노후에도 경제적 안정을 누리려면 스스로 노력해야만 한다고 믿게 됐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시대정신이 못 미더우면서도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막상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선진국의 구성원으로서 누리는 번영의 열매는 특정 개인이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가 『외로움의 습격』에서 언급한 ‘각자도생’의 여러 원인 중 이 서평에선 IT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지위는 천장 없는 성장을 거듭해왔고, 2020년대에 들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선진국의 지위를 얻어냈다. IT 기술은 이 성장의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문제는 이 폭발적 성장과 함께 부의 격차 또한 전에 없이 커졌다는 점이다. 몇몇 유니콘 기업이 나타나면서 성장의 과실은 창업자와 극소수의 구성원이 독점했고, 나머지는 뉴스 기사를 통해 ‘국뽕’을 느끼는 게 전부였다. 이 시기에 함께 확장한 소셜미디어에서 누군가는 소나기처럼 쏟아진 부를 과시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부를 관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부의 격차를 마음속 깊이 각인시켜갔다.

한편 박탈감 때문에 화가 난 사람들은 “모니터 뒤에 사람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상대방에게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요즘 디지털 공간에서 “긁혔네!”라는 말이 자주 들려오는 것은 박탈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여기에 갈등을 격화시키는 나만의 가설 하나를 더해보자면, 가짜뉴스(사실을 교묘하게 조합한 편향적인 뉴스)를 접하며 명백한 팩트마저 공유하기가 어려워졌고, 그 결과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는 우물처럼 깊어져만 갔다.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외로움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는데, 바로 고립된 이들이 빈번하게 증오 범죄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나는 증오범죄라는 부작용 외에 한 가지 문제를 더하고 싶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마저 거두어들인다는 점이다. 진영 간 합의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나 있던 일처럼 여겨졌고, 극한의 갈등 사이에서 어떤 권력자는 혐오를 ‘현금인출기’처럼 여기며 자기 재산을 불려갔다.



함께 책 읽고 고민해봅시다

저자는 이러한 나선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두 손 두 발 다 들며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나선을 끊어내기 위해 제시한 여러 해결책 또한 꼭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책 또한 엄연히 판매되어야 하는 상품인지라 해결책 모두를 소개하기는 어려울 같고, 책을 읽고 정리한 생각을 나눠 보자면 대략 이렇다. 나는 협력사와의 업무 미팅이나 다른 만남의 자리를 통해 현실 대면을 통해 친숙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얼굴을 마주하면서 예의를 갖춘 대화가 오갔고, 정서적 친근감 또한 깊어지는 과정이었다. 이 경험을 떠올리니, ‘현실 만남’을 어떻게 해서든 제도화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온라인 공간에서의 만남이 증오를 부추기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메타의 전 직원은 테크 기업 또한 분노 유발 알고리즘을 이용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광고 수익을 늘려왔다고 폭로하기도 했다(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김수아 교수 ‘디지털 미디어 공간에서의 자기표현과 미디어 리터러시’ 참고). 반대로, 현실 공간에서의 대면을 통해 친근함이 발생한다는 연구 또한 다수 확인되었다(뉴욕대학교 심리학과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 세대』에서 이 문제를 상세히 다룬다).


디지털이 우리 뇌를 완전히 사로잡아버린 요즘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나는 이런 조치가 박탈감을 낮추고 사회 안전망을 넓히는 시작이라는 생각을 떠올려봤다. 다른 독자 또한 이 책을 통해 여러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려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서평을 읽으신 모든 분이 책을 함께 읽고 고민해주신다면 글을 쓴 보람이 두배쯤 높아질 것이다. 사실 권장도서가 아니라 강제도서로 지정하고 싶을 만큼 읽는 내내 함께 하는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할 수 있었던 정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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