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면 큰일 날 뻔 했던 2025년 독서결산

2025년에 책판다가 읽었던 최고의 책 8권은 무엇?

by 책판다

2026년 새해가 무려 다섯 번이나 밝았다지만, 지난해 결산을 꼭 해 넘기기 전에 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정리해본 2025년에 읽은 책.

지난해에는 꼭 50권의 책을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신도시로 이사한 후로 광역버스를 이용했는데, 이전보다 늘어난 출퇴근 시간이 나 같은 독서인에게는 ‘꿀 발라 놓은’ 시간이었다. 출근을 기다리게 된 기분 뭘까(물론 버스에서 내릴 땐 죽을 맛이었지만). 게다가 퇴근시간은 두배쯤 즐거워졌으니, 2025년은 나에게 꽤 의미 있는 독서의 해였던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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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보다 더 큰 의미로 다가온 부분이 있는데, 지난해의 독서를 통해 이제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낸 덕분이다. 이전에도 마음에 고이 간직한 이야기가 없진 않았지만, 이게 꼭 밀가루 덩어리 반죽 같았달까. 반죽을 내어줄 순 없어서 어떤 빵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을 했는데, 지난해에야 비로소 답을 찾게 된 것이다. 축하받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고 의미 있는 독서의 해였다.

그래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대체 뭐냐는 질문이 나올 것 같은데, 심리학/뇌과학을 기반으로 ‘사이 좋게 지내는 법’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으려나. 책을 읽고 사람과 관계를 맺어오면서 느낀 점들을 이리저리 조합해낸다면, 다른 분들도 그럭저럭 들을 만한 이야기를 써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진 것이다. 사실 전문가만 쓸 수 있는 이야기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편안함의 습격』을 보면 꼭 그러라는 법도 아닌 듯해서 욕심을 내봤다.

2025년의 인상 깊었던 책 대부분은 이 결심에 큰 영향을 준 책들이 되겠다. 몇줄평(인줄 알았던 사실상의 서평)도 함께 달아놓았으니 혹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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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육성 회고록』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한길사 2024

다시는 없을 줄 알았던, 아니 없어야만 했던 일이 일어났을 때, 마침 유튜브에서 소개하기에 그 자리에서 구매해 받자마자 다 읽어버린 책.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중 하나는 지금 시대의 우리에겐 공기 같아서 있는 줄도 몰랐던 민주주의가 누군가는 다리 하나를 바꿔가며 열망했던, 그 무엇보다 비싼 체제였다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시련이란 말에 담을 수 없는 큰 아픔을 누군가는 견뎌냈으니 우리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점이었다. 이 두 가지 생각만으로도 이 책은 크기를 알 수 없는 위로를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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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 조지프 헨릭, 21세기북스, 2024

‘아니, 인류도 결국 동물이고, 문명의 시대를 이렇게 짧게 살았는데 어떻게 수학이나 글쓰기 같은 ‘너무나 문명적인’ 분야에 재능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생물학에 대한 관심이 하루 견과의 부스러기만큼 있던 시절에 이런 의문을 가졌는데, 순수하게 궁금하기도 했지만 사실 내가 어떤 재능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문제는 현실에 재능러가 넘쳐났다는 점이었는데, 추론과 현실의 괴리가 이상하긴 했지만 ‘그냥 그런가 보네’ 생각하며 잊고 있었다. 그리고 2025년 『호모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추억 속 의문을 완전히 해소했다는 이야기.

책의 핵심 논지는 ‘유전과 문화는 공진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은 부모님 혹은 조상에게 유전자를 받아 어떤 습속을 지니게 되는데, 특정인의 특정한 습속을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 무얼로 설명하냐고? 그 다른 설명 요인이 바로 ‘문화’인데, 물려받은 습성과 문화가 만나 사람의 성격을 이룬다는 이야기. (기억이 다소 희미하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인상적인 정보 하나는 문화가 반복적으로 작동하면서 특정한 뇌 발달 방식과 인지 성향이 선택되고, 그 결과 유전자 분포와 뇌의 작동 방식이 세대를 거쳐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획득된 형질이 유전되지 않는다는 진화나 생물학에 대한 내 상식이 한없이 가볍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뒤집어 엎을 줄은 몰랐다. 세상만사를 공부할 때 ‘생물학’ ‘심리학’ ‘뇌과학’을 반드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해준 책(사실 21세기 최고의 책으로 꼽아도 손색없는 책이었는데, 2025년에 읽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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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세대』 조너선 하이트, 웅진지식하우스, 2024

내게 돈만 있다면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 자녀가 있는 부모님께 이 책을 한 권씩 쥐어 주고 싶었던 2024년의 화제작. 소셜미디어의 폐해를 온갖 실험과 조사, 논문을 통해 논증해내는데, 주장 하나 하나가 뇌 한가운데에 뿌리 깊게 심어두고 싶은 것들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책이었다.

그래서 뭐가 그렇게 심각한지 궁금해지셨을 것 같아 정리해보면, 1) 현실 세계의 놀이를 통해 세상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아이들이 스마트폰 때문에 그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것, 2) 스마트폰의 단기 보상에 익숙해지면서 오랜 주의 집중이 어려웠다는 것, 3) 소셜미디어로 인해 (특히 여자 아이들이) 성 관련 범죄에 노출되었다는 것이다(물론 책에는 이보다 많은 사례들이 소개된다).

세 가지 문제만 보아도 상황이 심각한데,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마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흡연처럼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는 것도 정말 큰 문제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테크 기업들은 시선을 앱에 멈춰두기 위해 심리학자를 데려다가 별별 실험을 다 하는 와중에, 사회적인 규제 장치가 없다는 것도 그렇고.

참고로 호주에서 통과된 16세 미만 청소년 소셜미디어 금지 법안에 이 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호주만 그러라는 법은 없으니, 우리나라의 부모님들과 정책 결정자들도 반드시 읽어보시면 좋겠다(책을 읽어야 한다고 이렇게까지 부르짖으며 강조한 적도 없는데, 이 책은 그만큼 간절했다).


참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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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진보』 대런 애쓰모글루·사이먼 존슨, 생각의힘, 2023

『불안 세대』만큼이나 꼭 읽기를 권유하고 싶은 책.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때문에 온 세계가 난리인데, 이 책에 따르면 이런 사태가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산업혁명기의 고용 충격은 지금보다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산업혁명 시절부터 자본가는 노동자를 가능한 한 배제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산업혁명기는 이 노력이 결실(?)을 맺은 (아마도) 최초의 시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 자본가들의 성향은 이제나 저제나 한결같은데, 자본가가 노동자와 함께 부흥했던 60~7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는 대체 어디서 뚝 떨어진 황금알이었을까? 그냥 지구인, 아니 노동자의 운세가 좋았던 걸까? 그렇다면 AI 시대에 우리 노동자들의 운은 이대로 다해버린 걸까?

그럴 리는 당연히 없고, 책에서 제시하는 대답은 ‘기술 발전의 방향’이다. 예를 들어 생산성의 혁명을 불러온 1910년대 ‘포드 혁명’은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을 사회가 ‘노동 친화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후 60~70년대에 맞이한 (너도 나도 잘 사는) 자본주의의 황금기는 기술의 발전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게 책의 주장이다. 참고로 그 사회적 합의의 주체 중 하나는 ‘노조’이며, 저자는 귀에 못이 박힐 때까지 노조의 필요성을 반복한다(세상의 모든 책이 그런 것처럼, 저자는 수백 년 동안 축적된 역사적 자료를 발굴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저자 선생님 이야기 잘 알겠고, 그래서 AI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는 대체 뭘 해야 할까? 사실 위의 언급이 거의 해답지 수준으로 답을 내어놓아서 굳이 생각할 필요조차 없어 보일 지경인데, 문제는 사회적 환경을 떠올릴 때마다 명치 한가운데서 깊은 한숨이 나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욱 함께 읽어보고 싶은 책 중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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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로버트 새폴스키, 문학동네, 2023 (책판다의 21세기 최고의 책 7권 �)

위 책들의 몇 줄 평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힘들었던 마당에, 이 책은 미리 정리한 서평이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링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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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수오서재, 2025

『행동』과 마찬가지로 리뷰를 써놓았어요. 아래 링크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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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싱』 마이클 코넬리, 알에이치코리아, 2025

오랜만에 읽은 범죄/추리소설. 마이클 코넬리는 이 장르에서 (나만의) 최고 작가인데, 2013년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로 이 작가를 처음 접한 이후 12년 동안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의 작품엔 내가 소설에 바라는 거의 모든 것, 가령 완벽한 기승전결, 뚜렷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심리묘사, 사건을 정확히 전달하는 필력, 무엇보다도 재미, 재미, 재미! 까지, 그 모든 게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책스타그램 서평을 참고해주세요!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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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세계사, 2012

오, 이 책도 서평을 써놓았네요!







2025년의 의미 있는 독서를 자양분 삼아 이제 부지런히 쓸 일만 남았다. 이상하면서도 신기한 점은 해야 할 일이 남았는데, 회사 업무와는 달리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의 힘이 이렇게나 컸던 모양이다.



그럼 저는 또 읽고 쓰러 가보겠습니다. 여기에 오셔서 글을 긴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응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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