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는 선물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읽고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사연

by 책판다

2025년 너도나도 최고로 꼽은 화제의 소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해를 넘기고 나서야 다 읽었다.

사실 관심 분야가 좁고 뚜렷하다 보니 ‘최고의 책’ 이런 이야기에 귀가 열리지 않는 편이고(당연히, 관심 분야의 책이라면 나도 모르게 귀가 열림), 홍보 문구가 매우 ‘사짜’ 같아서 심드렁했지만(‘1년에 1,000권 독서하는 Z세대 대학원생’ 그렇게 읽은 책이 기억에 남는다고?), 잦은 노출에 장사 없다고 이곳저곳에 번진 인증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그렇게 집에 들여 왔고 ‘얇으니까 빨리 읽을 것 같다는’ 얄팍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는데, 초반부터 ‘노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매운맛 범죄소설과 전혀 다른, 오히려 잔잔한 쪽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뒷페이지가 그렇게 궁금할 수가 없는 거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인일체로 만든다.



소설의 큰 줄기는 일본 최고의 괴테 연구자로 알려진 히로바 도이치(주인공의 이름도 작가의 의도 같았는데,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그냥 넘기기엔 너무나 Deutsch 아니냐고!)가 식당 티백 꼬리에 새겨진 괴테의 명언을 듣고, 이 명언의 출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소개만 들으면 “이게 이렇게까지 집요할 일이야?” 싶겠지만, 연구자로서의 정체성, 젊은 시절 추억 등을 엮으며 독자를 설득해내는 작가의 솜씨를 직접 맛보시기를.

이 과정에서 정말 서구문학과 오에 겐자부로 같은 일본 대문호들의 명언이 끊임없이 소개되는데, 이들의 책을 거의 읽지 못한 나조차 무엇을 위한 인용인지 어렴풋하게 감이 올 지경이었다(하물며 이걸 알고 읽는 사람들은 얼마나 짜릿했을지 궁금하면서 부러웠다는 이야기). 작가는 소설 내내 구조물을 조립하듯 명언을 필요한 자리에 조립한다. 일종의 ‘공학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조립해낸 셈인데, 이야기의 끝자락에서 독자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흔들 줄은 몰랐다. 이런 성취는 작가의 다독과 예술적 감각이 아니었다면 이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하나, 위의 구성보다 더 중요한 작품의 핵심은 ‘주인공의 각성’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출처 불명의 명언을 추적하는 길의 끝자락에서 자기 목소리를 찾게 되었으니까. 일본 최고의 ‘괴테 전문가’로서 괴테에 의지해 이야기하던 주인공(저서도 하나 같이 괴테에 관한 책이었으니까)에게도 그렇고, 읽는 사람에게도 울림을 주는 성장 서사였고, 나 또한 망설임 없이 권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좋은 책을 읽은 덕분에 연초부터 마음이 아주 가볍다.


매거진의 이전글가짜 뉴스, 없애고 싶은 사람은 필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