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비전을 세웠었는데, 2022년 1월, 아직도 홈페이지에 그대로 있어요"
비전 수립을 의뢰해 온 고객사와의 미팅에서 담당 부장님이 한숨을 쉬면서 하신 말씀이다. 2015년쯤 원대한 꿈을 꾸며 세워둔 2020 비전, 그 언저리까지 갔는지 어땠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코로나와 전쟁을 치르다 보니 어느새 유통기한이 한참이나 지난 비전을 홈페이지에 걸어두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회사의 비전 기한이 지난것을 누가 얼마나 신경을 쓰겠느냐만, 조직을 이끄는 입장에서는 큰 숙제를 미뤄둔 느낌이다. 사실 2020년 전문 연구소에 의뢰하여 비전과 미래에 맞는 핵심가치까지 작업을 했었지만, CEO께 최종 보고하는 단계에서 CEO께서 거부를 하셨고, 그 이후 선뜻 내부에서 손을 못 대고 있다는 것이다. 5년이나 10년에 한번 작업하게 되는 기업의 비전수립은 자주하는 작업이 아니다 보니,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비전수립하는 역량이 내부에 내재화되기 어렵다.
무엇이 CEO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당시 작업한 결과를 확인 해보니, 코로나로 인해 함께 모여서 토의하는 것보다는 1:1 인터뷰나 설문으로 구성원들의 생각을 듣고 외부 전문가들이 그 내용을 분석하여 비전을 만든 것이 특징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 연구소에서 CEO 인터뷰와 직원 의견 취합까지 다 해서 제시해 놓은 결과물을 일부 변경이 아닌, 통째로 퇴짜를 놓은 CEO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코로나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2020년 그 당시, 10년후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 자체에 CEO께서도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유통기한이 지난 비전을 두고 2년여를 지나는 동안 조직 내부에서는 '우리 조직에는 미래가 없는 것 같다, 미래 전략이 불분명하다'라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기도 했다.
2022년 1월 새롭게 킥오프 되는 비전수립 작업은, 불확실한 미래 상황이지만, 조직 구성원들이 다 함께 참여하여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준비 되었다. 함께 모여서 논의하고 생각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우리가 도달 할 미래 모습을 그려가는 여정이다.
프로젝트의 첫 시작으로 몇일 후 CEO 인터뷰가 진행된다. CEO를 시작으로 각 조직의 임원들을, 직무를 대표하는 직원들을 인터뷰와 여러번의 워크숍에서 만날 것이고, 나는 퍼실리테이터로서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할 것이다.
왜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의 미래 모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5년 후 어떤 모습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비전을 만들고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에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상상하고 논쟁하며, CEO를 비롯한 고객사 구성원들이 스스로 야망 넘치는 멋진 비전을 찾을 수 있기를.
답은 늘 사람안에 있으니까.
채홍미 대표, 인피플 컨설팅 (chaehongmi@inpeop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