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의 핵심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조직의 미션과 비전 실현을 위한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며, 타협할 수 없는 조직의 신념인 핵심가치는 최근의 많은 연구에서 직무만족, 조직몰입, 지속적인 경영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외부경영환경 변화가 극심해지고, 조직 내부 구성원의 다양성이 커짐에 따라서 조직을 하나로 묶어주는 조직문화의 중심으로서 핵심가치는 필수적이다.
전직원이 함께 참여하여 회사의 핵심가치를 정립했던 D사에서 5년 만에 다시 연락을 해 왔다. 독일에 본사를 두고 소형가전 분야에서 독보적인 사업을 펼쳐 온 D사는 최근 홈 쿠킹의 트랜드로 인해서 더욱 사업이 성장해오고 있다는 기쁜 소속을 전했다. 덩달아 새로운 직원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50% 이상의 직원들이 핵심가치를 세운 후에 입사했는데, 아무래도 핵심가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5년 만에 다시 뵌 CEO는 구성원들이 D사만의 고유한 일하는 원칙인 핵심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비즈니스로 성과를 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런데, 몇 년 간 빠르게 바뀌는 사업을 챙기다보니 가치 중심의 조직문화가 다시 뒷걸음질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리더십팀 및 직원들과의 그룹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확인되었다. 핵심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아, 그 벽에 붙어 있는 것 말이죠’ 하는 답을 하기도 하고, ‘전에 있던 곳에서는요..’처럼 기존 근무했던 곳에서의 가치 기준과 경험을 꺼내 놓기도 했다.
5년 전 핵심가치 정립 워크숍에 참여했던 직원은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그 때 토의했던 내용을 여전히 기억한다면서, 그렇게 열정적으로 함께 만들었던 것이 지속적으로 공유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핵심가치를 재정립하는 것은 건물을 리모델링 하는 것과 같아서, 어느 부분을 유지할지, 어느 부분을 새롭게 할지를 정교하게 다루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것도 지위도 업무도, 재직 기간도 다른 직원들이 모두 함께 하는 자리에서라면…세심한 워크숍 디자인과 워크숍 현장에서의 돌발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꼼꼼한 준비를 했다.
Full Day Workshop은 그래서 기존의 핵심가치를 공유하고, 각자 근무하면서의 긍정적인 경험과 부정적인 경험 (Proud & Sorry)에서 시사점을 찾는 작업위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기존 핵심가치에 상호 존중을 위한 Respect 핵심가치를 추가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각 핵심가치의 구체적인 행동요소를 확인하는 단계에 이르자, 동일한 핵심가치라 하더라도 각자 기대하는 행동이 크게 다름이 확인되었다. 특히, 외국인 CEO와 한국인 직원들간의 문화적 차이는 ‘Communication’이라는 핵심가치에 대해서 서로 기대하는 올바른 행동에 공감이 형성되지 않았다. 현재 CEO께서 본국으로 복귀하고 또 새로운 CEO가 부임하더라도 변하지 않을, 누구나 당연히 지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행동요소를 도출하기 위해 2차 워크숍을 기약하며, 1차 워크숍을 마무리하였다.
한달 후 진행된 2차 워크숍은 4개 핵심가치 의미를 모든 구성원들이 깊게 이해할 수 있는
Deep-Dive Learning을 기반으로 공통의 행동요소를 도출하는 컨셉으로 구성되었다. 각각의 핵심가치 내용에 따라서 게임.실습.즉석설문.토론 등을 통해 핵심가치를 깊게 이해한 뒤, 각 핵심가치의 행동요소를 도출하여 포스터 형식으로 Visualization 하는 활동이 이어졌다. 4개 핵심가치의 Working Principles 하나하나가 직원들의 협업을 통해 독창적인 포스터로 만들어졌다. 앞으로 D사에 입사한 직원들은 회사 벽면에서 명조체로 인쇄된 핵심가치가 아닌, 직원들의 개성이 담긴 포스터로 핵심가치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2차 워크숍의 하이라이트는 모든 직원들이 다른 직원들의 Feed Forward를 받아서, 핵심가치 실천을 위한 개인적인 액션을 스스로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모호했던 핵심가치의 의미가 분명해지고, 구성원 개개인의 실천을 위한 첫 발을 떼는 것으로 D사는 이제 ‘핵심가치 내재화’라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워크숍의 클로징은 5분간 타이머를 세팅하고, 자발적으로 한명씩 큰 원안에 들어와서 워크숍에 참여한 소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디자인 되었다. 풍선을 한 손으로 튕겨서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하면서 계속 릴레이로 소감이 공유되어야 하는데, 풍선이 바닥에 닿으면 타이머가 다시 리셋되는 규칙을 알렸다. 순조롭게 릴레이로 소감공유가 이어지다가 3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풍선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아슬아슬하게 팀원 한 명이 몸을 날려 풍선을 살려내면서 소감을 공유했고, 참석자들은 심장이 쫄깃해 졌다며 탄성을 질렀다. 리셋없이 무사히 회고를 마치고, ‘이렇게 모든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핵심가치가 다시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잊혀지지 않고 실천을 통해 계속 살아 숨쉬도록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하자’는 클로징 멘트로 워크숍이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조직이 표방하는 원칙인 핵심가치를 명쾌한 언어로 정립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어려운 일은 그 핵심가치를 조직내에서 공유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잠시 빈 메모지에 현재 여러분이 속한 조직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적을 수 있는가? 그리고, 최근 몇 달간 업무관련해서 내가 내렸던 가장 크고 어려웠던 의사결정 2-3개를 적어보고, 그 결정을 하면서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고민을 했었는지 되돌아보자.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올바른 결정을 했었는가?
CEO, 임원, 리더, 구성원이 지금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핵심가치를 기준으로 다시 살펴보며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가?
혹시 핵심가치를 ‘우리 조직에서 슬기롭게 일하는 법’ 정도의 매뉴얼로 만들어 놓고, 신입사원 때에나 잠시 살펴보고 다시 읽지 않는 문서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좀비가 되어버린 핵심가치를 다시 살아 숨쉬게 하자.
채홍미 대표, 인피플 컨설팅 (chaehongmi@inpeop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