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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강D Jun 22. 2023

D1. 패스트트랙

나짱을 둘러싼 모험 ep2. 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나짱을 둘러싼 모험 ep1. 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패스트트랙이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이 행운권을 받은 사람은 패스트 하게 트랙을 통과할 수 있다.

마치 개선장군처럼.     


베트남 나짱을 검색하다 보니 자주 보이는 말.


패스트트랙을 해야 할까요?     


뭐지. 패스트트랙은.     


그렇게 접한 새로운 개념.

알고 보니 베트남은 해외 입국자에게 일정 금액을 받고 빠르게 입국을 시켜주는 것 같았다.


치사하게, 뭐야.

처음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다 하다 이런 불공정한 상품을 팔다니.

처음 상품을 기획한 누군가가 궁금했다.

그 사람은 베트남 공항 직원이었을까.

지금 이렇게 자리를 잡은 걸 보면 칭찬을 받았을까.     


몇 년 전 캄보디아에 입국할 때가 생각났다.

이미 캄보디아 입국할 때 달러를 요청한다는 소문은 들었던 터.

M과 나는 바짝 쫄아서 입국 심사를 받으러 갔다.

직원은 여권에 도장을 찍는 척하면서 속삭였다.


달러. 달러.     


우린 못 들은 척했다.


왓?     


직원은 계속 고개를 숙여 말했다.


달러. 달러.     


직원의 복화술을 못 알아듣는 척 한 우리는 결국 무사통과를 했다.

어쨌든 달러를 아꼈으니 기뻤다.

역시 뭔가 떳떳한 일은 아니었구나, 안 주길 잘했다, 는 생각과 함께.

     

하지만 베트남 패트스트랙은 좀 달랐다.

대놓고 판다. 

심지어 한국 소셜커머스에서도 판다. 명단은 베트남 공항으로 넘어간다고 했다.

세상이 변한 건지. 나라가 달라서 그런 건지.     


여하튼 고민에 들어갔다.

패스트트랙을 구하지 못해 몇 시간을 기다렸다는 한탄이 눈에 띄었다.

그 와중에, 우린 패트 없어도 잘만 갔는데요 ㅎㅎ,라는 자랑도 들어왔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은 필수라는 말이 거슬렸다.


가뜩이나 나짱엔 새벽 도착이다. 징징거릴 아이가 생각났다. 

난 기본적으로 아이의 징징거림에 매우 약하다. 신경이 쇠약해지고 불쑥불쑥 화가 난다. 

부부싸움으로 이어진다.     


결국 고민 끝에 하기로 했다.

아이 것은 공짜라는 말이 결정에 큰 도움이 됐다.

8세 미만 아이는 공짜라는 말.

그래, 그래도 한 명은 공짜잖아. 이렇게 위안을 했다.  

   

베나자 카페에 패트 신청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 글에 자주 등장할 네이버 베나자 카페는 위대하다)


정말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남긴 글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

너무 늦어서 패트 신청이 안 돼요 ㅠㅠ     


헉. 갑자기 패트가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이 새벽인데,

아직 시간이 남지 않았냐는 항의도 해봤다.

(베나자는 기본적으로 카톡으로 문의를 할 수 있어서 편하다. 물론 카톡 뒤엔 누군가가 항시 대기하면서 했던 답변을 또 하고 있겠지.)     


결국 베나자를 포기하고 소셜 커머스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소셜 커머스에서도 일자가 촉박해서 구하기 어려웠다.


아, 이 귀한 것을. 너무 늦어버린 걸까.

조마조마해져서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갑자기 패스트트랙이 진귀한 보물처럼 여겨졌다)

   

간신히 여분이 남아있는 곳을 찾게 됐다.

그런데 손으로 받을 수도 없는 무형의 상품을 믿고 구매해도 되는 건지 …


근본적인 회의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 어쩌지 …


결국 M과 나는 그냥 뚫고 가기로 결정했다.

생각해 보니 패트는 좀 짧은 일정으로 도착하는 사람을 위한 게 아닐까.

우리처럼 보름정도 길게 가는 사람들은 괜찮지 않을까.

별도 새벽엔 자겠지. 좀 안고 있으면 될 거야.     


내가 본 최고의 알뜰인, M의 마인드도 결정에 도움이 됐다.

좀 기다리지, 뭐.     


결국 그날 새벽 비행기 도착과 동시에 우린 게이트를 향해 달리기로 했다.

1등으로 도착하자. 주먹을 쥐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미리 가방을 빨리 내릴 수 있도록 가방을 손잡이가 잡히도록 놓았다.

다행히 티웨이 티켓에서 좌석을 미리 앞자리로 정해놓았다.     


그렇게 새벽에 도착한 우리.

문이 열리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멀리 보이는 빛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먼저 달렸다. 가방을 손에 들고.

다섯 시간 동안 굳었던 근육이 삐그덕거렸지만, 

남들보다 빨리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가 나를 이끌었다.     


바로 게이트를 나서서,

짐이 사람들이 서 있는 곳으로 달렸다.

갈림길이 나와서 잠시 헷갈렸다.

순간의 선택이 몇 시간을 좌우할 수 있다.     

결국 인터내셔널이라는 글씨를 따라서 달렸다.     


그런데 그곳에선 몇 명의 사람들만 서 있었다.

행색을 보니 중국사람들 같았다.

기껏해야 50여 명 수준. 금방 빠질 것 같았다.     


한국 비행기에서 도착한 것은 우리가 첫 번째 같았다.

해냈다, 는 생각과 함께

뭐야, 괜히 뛰었네,라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패스트트랙 호객꾼으로 보이는 몇 사람이 우리에게 접근했다.


세 사람에 20달러.


인터넷에서 보던 호가에 비해 많이 하락해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패트도 필요 없겠는데.

결국 호객꾼 들도 이번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영업을 접었다.     


멀리 패스트트랙을 통해서 의기양양한 곰 같은 표정으로 패스트트랙을 사전 구입한 위너들이 지나갔다.

개선장군이 귀향하는 듯 남은 자들을 가련하게 바라보며 나갔다.     


좀 얄미웠지만, 우리도 금방 입국 게이트를 통과하게 됐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바로 따라잡을 수 있었다.


쌤통 ㅋㅋ


괜히 통쾌했다.


새벽에도 분주한 나짱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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