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강D Jun 26. 2024

나짱을둘러싼모험D2. 오전 참파 아일랜드

나짱을 둘러싼 모험 ep4. 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나짱을둘러싼모험D2. 오전 참파 아일랜드


이름도 생소하던 나짱으로 긴 휴가를 떠나기로 결심한 건, 바로 물 때문이다.

휴가, 하면 다들 뭐가 떠오르시는지 모르겠지만,

난 파란 바닷가에 풍덩 몸을 던지는 그림이 떠오른다.

특히 스쿠버다이빙과 윈드서핑은 휴가의 로망이었다.

물론 서핑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게 함정이지만,

나이 마흔이 넘어가니 더 늦기전에... 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바깥의 시끌벅적한 소리 때문에 바로 눈을 뜨게 됐다.

남국의 태양은 강렬했다.

방의 한가운데까지 태양이 들어와 있었다.

 

커튼을 펼치자 새벽에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우와.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예상대로 바로 앞은 강이었다. 커다란 강.

강의 맞은편에는 어촌으로 보이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산 중턱에는 절도 보였다.


 

방에서 바로 수영장이 내려다 보였다.

이른 아침부터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젊은 한국 여성 두 명과 러시안 가족들이 각자 떨어진 공간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수영이 가능하구나.

 

사실 오기 전에 겨울의 베트남은 수영이 가능하니, 마니, 비가 와서 추웠니, 어쩌니, 하는 말을 들어서 꽤 걱정을 했는데 이 정도 날씨면 수영이 가능할 것 같았다.

 

시간은 아직 오전 9시 남짓. 고작 서너 시간 잤나.

그래도 흥분감 때문에 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엠과 별이 잠든 방을 기웃거려봤다.

두 사람도 인기척을 느끼고 꼼지락거렸다.

 

아침 먹으러 갈 사람?

 

엠과 별도 금방 잠이 깼다. 여행 첫날이다. 이렇게 잘 순 없지.

간단히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

여름의 나라로 여행을 오는 거라, 옷가지는 몇 개 없었다.

반바지는 딸랑 두 개, 청바지 한 벌, 대신 티셔츠가 많다.

평소 내가 최애하던 티셔츠도 잔뜩 챙겼다.

만만한게 티셔츠니까.

사실 엠과 내 옷을 산지 대체 얼마인지...

(아이 키워보신 분들은 공감 되시죠? ^^)

 

조식은 바로 1층에서 이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참파에서 조식을 먹으려면 우리가 묵은 쿠베라 동으로 모이는 구조였다.

 

입구의 여직원이 친절하게 웃으며 맞아줬다.

상쾌한 미소였다. 우리 기분 때문일지도.


식당 바로 옆에 조그마한 놀이방도 보였다.

티비에선 '안녕, 자두야'를 상영하고 있었다.

와우. 완전 한국 분위기잖아.

자두를 좋아하는 별도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아빠, 우리 나중에 저기서 놀까.

 

벌써부터 신나서 헤헤거린다.

 

조식은 가짓수에 비해 퀄리티가 높아 보이진 않았다.

하긴 가격을 생각해야겠지.

가격에 대비한다면 제법 훌륭한 편일까.

(당시 참파 아일랜드의 가격은 아고다 기준 10만원이 안 됐다.)

 

10여 년 전 엠과 해외여행을 신나게 다닐 때만 해도 우린 대식가였다.

조식 뷔페도 신기했다.

와구와구 몇 접시를 가져다 먹었다.

 

하지만 그 10년 동안 나와 엠은 변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고, 호텔 조식의 경험도 쌓였으며, 나이도 들었다.

 

특히 나의 경우, 직업상 이런 류의 뷔페를 접할 기회가 많다.

저절로 나만의 뷔페 루틴이 생겼다.

 

우선 계란 코너에 갔다.

다행히 참파에선 오믈렛을 제공하고 있었다.

장난스럽게 생긴 현지 청년이 빠른 손놀림으로 오믈렛을 만들고 있었다.

생긴 것과 달리 엄격하기도 했다.

다른 아줌마가 새치기를 하려 하자, 노, 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꽤 프로 같은 걸.

 

오믈렛을 받은 후, 샐러드 코너에 갔다.

토마토와 브로콜리, 그리고 오이.

여기에 견과류를 뿌리고, 요거트를 스푼으로 가득 뿌린다.

그리고 신선해 보이는 치즈를 잘라서 접시 끝에 놓고, 올리브도 올린다.

 

나만의 뷔페 루틴이다.

바나나 같은 과일을 곁들여도 좋고.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아서 코너를 더 돌았다.

커피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커피. 빼놓을 수 없지.

특히 쓰어다라는 베트남식 연유 커피.

있었다. 여기도.

여기선 화이트 커피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커피는 유리병에 들어있어서 각자 따라서 먹는 스타일이었다.

 

컵에 따라서 한 모금 마셨다.

맛있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현지에 왔다는 감각이 눈물까지 돌게 만든다.

(이후 보름간 난 쓰어다의 세계에 빠져든다.)

 

조식을 먹는 바로 옆에 강이 흘렀다.

아니, 자세히 보니 바로 옆 바다에서 흘러 들어오는, 바닷물인 것 같았다.

좋았다. 이런 기분이 바로 휴가를 떠나는 이유겠지.

새들이 날아와서 테이블에 앉았다.

정말 평화로운 아침이다.

빈 테이블도 꽤 많아서 조용했다.

천천히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밥을 먹고 바로 산책을 했다.

엠과 별과 함께 수영장으로 향했다.

벌써 수영장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동양계로 보이는 가족들과 러시안 가족들이 많았다.

러시안 아빠는 과감하게 웃통 탈의까지 하고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엄마는 그 옆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선팅을 하고 있다.

듣던 대로 나짱은 러시안들의 휴양지인 모양이었다.

서양 관광객들이 이국의 풍경을 돋보이게 했다.

 

수영장은 규모가 꽤 넓었다.

오른쪽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얕은 수영장이 있고,

중간엔 깊은 수영장이 있는 구조였다.

그 뒤로 오아시스라는 이름을 가진 피트니스 클럽이 보였다.

 

휴가를 와서 하고 싶은 것 또 한 가지.

바로 요가 클래스.

피트니스 클럽에 가서 시간표를 살폈다.

있다, 있어. 요가 클래스.

근데 시간이 무려 6시. 이 시간에 일어나라고? 좀 가혹한 것 아닌가.

 

피트니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프런트에 앉아 있던 여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서로 당황한 분위기.

여직원도 나를 애써 외면하려는 기색이 보였다.

다가가 요가 클래스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직원의 반응은 왓? 의 베트남어 버전.

뭐야, 요가 몰라? 요가?

분위기를 보니 저 시간표대로 운영이 되는지 의문이었다.

10시엔 패밀리 게임을 한다는데, 대체 그런 건 정말 하는 건가.

벌써 10시가 다 돼갔지만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다.

하긴 여기까지 와서 시간표대로 뭘 하려는 내가 잘 못 됐을 수도.

 

발걸음을 옮겼다.

말했듯이 참파 아일랜드는 섬 전체를 리조트로 만든 곳으로, 정말 넓은 곳이었다.

쿠베라에서 조금 걸어가니 베트남 전통 샵이 보였다.

입구에선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가 의상을 만들고 있었다.

색이 고왔다.

라탄백도 보였다. 나짱에서 반드시 사야 한다는 라탄백.

샵 한쪽엔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아주머니들이 우릴 보고 눈인사를 했다.

한 분이 엠과 별의 얼굴을 번갈아 가리켰다.

세임 세임, 그런 의미 같았다.

하하. 그런가요. 둘이 닮았나요.


 

별의 얼굴은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딸은 아빠의 얼굴을 닮는 건지.

 

반면에 처가 쪽 얼굴도 많이 가지고 있다.

조카의 어린 시절과 똑같아서 놀랄 때가 많다.

 

하지만 엄마의 얼굴을 닮은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비슷한 건 눈썹 정도?

그러나 엄마와 밖에 있으면 둘이 닮았다는 말을 제법 듣는다고 한다.

베트남 아주머니께도 공인받은 얼굴이니, 닮았겠죠.

나도 기왕이면 엄마를 닮았으면 한다. (나보다 낫거든요. 엄마가.)

 

전통샵을 쭉 둘러서 산책길이 있었다.

바로 옆엔 사당도 있었다.

나무 사이로 부처님이 보였다.

좀 경건한 마음.

우린 딱히 믿는 종교가 없는 가족이지만, 사당은 엄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산책길을 따라 걸었다.

리조트를 감싸고 있는 강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멀리 어촌 마을도 가까이 보였다.

조그마한 간판이 달려있는 걸로 봐서 상점인 것 같았다.

 

참파에선 바로 체크아웃을 하고 아미아나 리조트로 이동한다.

이어서 쉐라톤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후, 다시 참파로 돌아온다.

그리고 좀 먼 리조트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 마지막 4일을 보낸다.

 

수영은 아미아나에서 하기로 하고, 방으로 들어가 짐을 챙겼다.


이전 04화 D+2. 새벽의 나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